1994 10월 10일 클린턴 행정부의 최대과제였던 국민개보험안은 허무하게 물러섰다.

당시 정계를 은퇴하는 민주당의 조지 미첼 원내 여당대표는 "의료개혁 타협안"을 위한 그의 정치생명을 걸었던 노력을 포기하면서 "밖으로는 보험산업계와 안으로는 공화당의 저항을 감당할 길이 없었다"고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음을 시인했다.

반면 야당(공화당)대표 밥 돌은 "행동하는 민주주의의 힘"으로 "이 못나고도 값비싼, 극도로 관료적인 법을 물리쳤다" 고 선언했다.NHI(Natonal Health Insurance. 국민개보험)실현을 최우선 국내정책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클린턴의 의료개혁은 좌절됐으나 클린턴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고 다음해 반드시 NHI를 성취시키고야 말겠다고 굳은 결의를 표명한바있다.

그러나 1개월 뒤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다수당을 빼앗김으로서 역대민주당의 대 과제였던 NIH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번 2001년의 대선에서 정권을 공화당에 넘기게 됨으로서 NHI는 영영 소멸할 운명에 놓였으며, 이를 대치해서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을 공화당의 대안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자못 궁금한바 있다.

그러면 왜? NIH가 실패했나를 요약해서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미국에서의 의료는 무한정 치솟아 GDP의 14%(전번 글 표1 참조)
즉 국내총생산의 1/7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이 천문학적 숫자가 미국경제를 좌우할 수도 있으며, 이 거대한 시장에 여러 종류 그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복잡다단한 의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여당만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양당의 합의가 선행돼야만 한다.

다수국민은 약자보호라는 사회정의감보다 그들의 이해득실에 더 예민한지라 자기네 보험의 안정성유지에만 관심가지며, 개보험으로 인한 세금인상과 기존보험의 질적 저하를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일을 위해서 대통령의 초인적 역량과 치밀한 정략과 더불어 언론을 통한 국민의 찬성 여론을 유도해야만 한다. 여기에 이해집단인 의료산업계와 보험계의 끈질긴 반대홍보와 로비가 다수국민의 두려움을 가중시키고있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 타협안을 찾아 클린턴 NHI 통과를 도우려던 밥 돌을 비롯한 많은 공화당의원들도 반대파로 돌게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 결과 TIME지 여론조사에 의한 의료개혁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다음 숫자가 말하듯 줄어들었다.

93년 4월 클린턴 안이 상정될 무렵과 (* 94년 9월 클린턴 안이 폐기될 무렵의 %).
큰 개혁이 필요하다--- 63% (* 51%)
일부개혁만 필요하다---34% (* 38%)
필요 없다 -----3% (* 9%)

그리고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NHI가 시행됨으로서 세금인상 등으로 오는 국민의 부담증가문제를 제외하고도, 그들의 70%는 자기가 원하는 의사의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며, 41%는 그들이 받을 의료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그리고 클린턴 의료개혁안을 잘 이해하고있다는 층은 22%이며, 그중 60%가 반대하고있다. 이러한 여론의 향배에 대해서 백악관은 "이해집단들의 값비싼 광고 탓으로 국민들이 클린턴 안을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정부는 민중운동(grass-root campaign)에 파고들어 무보험자와 환자가족들을 직접상대로 해서 NHI가 여러분을 진실로 도울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
결론적으로 NHI 가 실패한데는 젊은 클린턴의 정치경험부족으로 일을 얕보고 함부로 시작했다는 점과, 전략적으로도 실패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TIME 지에서 여론 조사한 실패원인을 분석해보면 야당(공화당)의 반대 20%, 클린턴의 영도력 부족 19%, 의료산업의 반대로비 18%, 기업가들의 반대 16%, 민주당의원의 협조 결여 10% 등이다.

NEWSWEEK 지 여론조사에서는 그 리스트에 의료개혁작업 위원장인 힐러리 이름을 별도로 추가시켰으며, 실패책임소재는 대통령 클린턴 9%, 힐러리 클린턴 9%, 공화당의원
18%, 민주당의원 4%, 의료산업 13%, 보험산업 21%, 중소기업주 5% 등으로 나타났다.
실패이유 중 이익관계가 얽힌 산업계와 기업가 그리고 이들을 의식한 공화당의 반대는
예측했던 일이지만, 대통령의 미숙한 행정력에 크게 책임전가 하는 비난이 새로 가해졌다.

아직도 65% 국민은 "정부는 미국 전체국민의 의료를 보장해야한다"는 원칙만은 찬동하고있으면서도 보험이 있는 85%의 미국인은 그들이 현재 갖고있는 안전한 의료보험에 만족하며 그것이 변해지기를 원치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NHI를 위한 노력은 15% 국민을 위한 정부의 자선 또는 체면 세우기 운동으로 과소평가 될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 NHI 시행은 국제적 추세며 사회정의를 실현해야한다는 방향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완벽한 계획과 전략으로 국회를 통과하는데는대통령의 영도력이 절대적이기도 하다. 행정부로서는 4천만이라는 무보험자를 카버하고 일단 보험 가진자는 직장을 떠나도 보험을 잃지 않는 것을 보장하면서도 천장불지의 의료비상승을 막아야하는 불가능한 해결책을 찾아 비상한 노력으로 고전했다지만, 전략적으로 완전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클린턴 안의 실패를 더 논하기 전에 NHI 의 요점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단순한 NHI는 전적으로 정부부담으로 개보험하는 Canadian 스타일 안이다.이 안은 민주당 하원의원 맥더모트(McDermott)가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처럼 세금을 유일한 재원으로 해서, 정부가 단독으로 주도하는 단일지불제도(Single Payer System)이다.

맥더모트는 일리노이 주립 의과대학출신의 정신과의사며, 이 안에 대해서는 소수이기는 하나 열성적 지지자들이 있을 정도로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 안은 작은 정부를 바라는 미국인에게 캐나다와 같은 큰 정부를, 그리고 대대적인 세금인상을 강요하게 됨으로 여론의 지지를 기대할 수 없다.

클린턴이 내세운 의료개혁법안은 "의료보장법(health Security Act)"이라 부르며, 그 요점 몇 가지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NHI(국민개보험)을 실시한다.
그 실현에 있어서 기업주가 종업원에게 보험급부를 의무화하는 Employer mandate(기업주의 의무)를 기본으로 한다. 보험급부 능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와 무보험 개인은 주 정부 주도하에 설치될 지역건강조합(Regional Purchasing Alliances)을 통해서 모두 보험에 가입케 한다. 병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일을 금한다.

2. 국민은 3종류의 보험 중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하나를 선택할 것(주: 여기서 의료선택권의 제한이 있는 종류는 보험료가 싸다).

3. 보험급부대상은 의사진료비, 병원경비, 처방약품비용, 장기요양비 등등 광범위하다.

4. 연방 및 각주의 의료비와 보험료는 국가의료심의회(Natioanl Health Board)를 설치하야 여기서 정한다.

5. 고용인의 보험료는 기업주가 80% 고용인이 20% 부담하며, 기업주 보험부담총액이 총 지불액(전원 월급)의 7.9% 초과액은 국가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보험료 부담 능력이
없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서도 국가가 도운다 ----.

6. 이를 위한 재원으로 담배세 --- 등등을 신설한다.

7. 의료과오(malpractice)보험료와 소송경비의 대폭삭감을 시도한다.

의료개혁을 국내 톱 정책으로 내세워 당선된 클린턴은 최단시일 내에 개혁안을 제시하겠다던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러번 연기 끝에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전문보고서(Task force Report)가 제시되었다. 클린턴은 물론 힐러리를 비롯한 의료개혁 팀은 의료문제가 그토록 복잡하며 개혁안작성에 장시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몰랐다니, 이것 역시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에 기인한다고 혹평 받고있다.

개혁안이 지연될수록 반대세력의 선전이 주효하야, 앞서 인용한바와 같이 반대여론이 우세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클린턴은 실지회복을 위해서 국민에 대한 화려한 전시효과를 노려야만 했다. 그래서 그 특유한 세련된 대통령연설을 통해서 국민을 설득시키려 노력했던 것이다."변화하는 새 시대에 사는 우리국민을 수호하기 위해서 국가는 국민의 안정과 안심을 보장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당면한 가장 긴급한 중요과제는 전국민의 의료보장"이라고 주장하며 의료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우려 노력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그의 명 연설은 일시적이나마 실지 회복하는데 성공하야 국민의 지지도가 다시금 올라갔다.그런데 클린턴 진영이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의료개혁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염출에 자신이 없어 국민의 신뢰성을 잃었다. 그리고 개혁안 심의과정에서 National Health Board(국가의료심의회)에 주어진 권한과 법적 구속력을 두고 지나치게 관료적이며 정부통제색채가 짙어 자유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있었다.

클린턴 의료개혁 실패원인을 전문가들이 분석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1) 클린턴 진영의 국정경험부족이며, 그들은 의회에서의 정책책정과정에 정통치 못했으며, 국회를 통과시킬 기술과 전략이 결여했다.

2) 출발점부터 클린턴의 여자로 인한 중대한 전략적 과오가 있었으니 그 여자는 세상을 떠들 석 하게 만든 레윈스키가 아니라, 바로 그의 부인 힐러리의 등용이었다.
(다음 장에 설명).

3) 의료관계분야에 대한 설득 내지 작전을 도외시했고, 언론대책이 없었다.

4) 1,342쪽이나 되는 두텁고도 복잡한 클린턴 의료법안도 문제였다. 전문가들도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며, 이 어려움으로 해서 더욱 정부통제가 강한 의료개혁이 되리라는 의혹을 가지게 해서 국민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결과가 됐다고 한다.

거듭 말하자면, 현재 많은 미국국민의 NHI에 대한 인식은 국민세금을 가중시키고, 고용주와 고용인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안은 기업의 희생을 강요하며, 그렇다고 해서NHI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은 결국 HMO제도로 유도하게되니 각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따라서 대다수 국민은 이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공화당 보수파에서는 NHI가 바로 '사회주의 의료화'를 뜻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혁명적이라 할 개혁안통과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어려운 고비와 받아야할 많은 비난은 이미 예측했던 일이다. 그래서 "미국정부는 전체국민의 의료를 보장해야한다"는 당위성을 관철해야할 클린턴 개혁안의 실패는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그의 정치역량부족과 의회에서의 전략실패에 귀결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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