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생명윤리법' 시안 과기부案과 비슷

산자부도 별도법안 추진…법제정 지연 비난

 【續報】 보건복지부가 지난 15일 공청회에서 공개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가칭)' 시안의 주요 내용은 지난해 5월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 시안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이에 따라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유사한 시안만 양산되어 정작 시급한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생명윤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복지부 주관으로 개최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정부부처 사이에 가칭 '생명윤리법'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가 이미 지난 11일 국무조정실에 각자 마련한 최종안을 함께 제출한 상태에서 복지부안의 토대가 된 법안내용이 이날 공개됐기 때문이다.

 보사연 이의경 박사팀은 인간 배아 복제를 전면금지하고, 생명윤리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를 두되 의료기관, 바이오벤처 등 배아연구 관련 기관에 대한 관리를 복지부로 일원화 할 것을 제안했다.

 과기부는 이에 대해 인간배아 복제를 통한 개체복제는 금지해야 하지만 인간배아 복제에 대한 연구는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고, 복지부로의 배아연구 관리 일원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유사한 두 시안 = 두 부처의 시안은 △인간의 체세포를 이용한 개체복제의 금지 △임신 목적 외의 배아 생산 금지 △배아 이용은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한 연구와 시술로 제한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의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아를 '불임 치료후 보존기간(원칙적으로 5년)이 경과한 잉여배아로 수정 후 14일 이내의 것'으로 구체화 한 것과 유전자 치료의 구체적인 분야로 유전성 질환, 암, 에이즈 등 중증질병으로 규정한 정도이다.

 인체의 배아와 체세포 복제 등의 연구 범위를 정하기 위한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각 부처가 시안만 발표하고 있는 이유는 '주무 부서'의 다툼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등에 따라 생명공학 관련 비즈니스, '바이오 산업' 분야가 미래의 유망산업 분야로 떠오르자 각 부처가 새 업무 영역을 서로 자기 것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90년 인간 배아 관련 의료행위와 연구 범위 등을 법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독일도 1990년, 프랑스는 1994년에 유사법을 만들었다. 일본도 2001년에 인간 복제기술 등의 규제에 관한 법을 만들어 개체복제금지, 특정 배아에 대한 취급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복지부가 이번에 발표한 시안은 지난 2000년 1월 보건사회연구원에 '생명과학 관련 국민보건안전 윤리확보방안'이란 주제의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추진돼 왔다.

 반면 과학기술부는 2001년 5월 전문가 연구와 공청회, 의료계 시민단체 종교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한 '생명윤리자문위' 등의 의견을 종합해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을 마련, 공표한 바 있다.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지연되는 입법 =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도 '관련 업계 지원대책'의 필요성을 앞세워 별개의 시안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의 윤리성과 안전성 확보측면에서 다른 부처 시안과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맡길 당시에는 과기부 시안이 언제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과기부측은 “작년에 발표된 과기부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복지부가 제시한 일부 내용만 보완하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복지부측은 “과기부측 의견을 반영해 국회에 상정, 연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일사안에 대해 별개의 시안이 국회 심의에 넘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복지부 산하기관 한 관계자는 “부처간 문제는 국회 상임위에서도 조정이 쉽지 않다”면서 “국회의원도 소속 상임위의 해당 부처 이해 관계를 따지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부처간 영역 다툼으로 빚어지고 있는 지각 입법에 대해 20여개소의 유전자검사 기관을 비롯한 관련 생명공학연구 업계는 '국제경쟁력 약화의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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