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초저가 낙찰, 견딜 여력 없다'

'아직도 약값에 거품 있다'는 오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

사실 국공립병원 등 입찰시장에서의 ‘1원 낙찰’로 대별되는 초저가 낙찰은 실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물론 1원 낙찰이 가능했던 것은 어찌 보면 정부와 제약사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정부는 국공립병원의 입찰에 대해선 실거래가상환제 예외조항으로 저가 공급에도 가격인하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줬고, 원내는 비록 거의 공짜로 약을 공급하다시피 하지만 더 큰 몫의 원외 처방에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제약사들 입장에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제약사들 ‘더 이상은 안돼’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제약사들이 ‘1원 낙찰’은 더 이상 안 된다 고 들고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개별 제약사별로 1원 낙찰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간간히 있어 왔다.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제약협회가 마침내 나섰다.

제약협회의 집행부 역할을 하고 있는 임시운영위원회는 최근 2차례에 걸쳐 1원 낙찰 문제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운영위는 1원 낙찰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결론 내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원 낙찰 등 초저가 낙찰이 이뤄질 경우 강력한 처벌을 경고했다. 공급여부를 철저히 추적해 회원 제약사들의 경우 최악의 경우 회원 제명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언론에 명단을 공개해 문제 삼겠다 고도 했고, 심지어 정부에 건의해 이들 업체들에 대한 특별약사감시 등을 요청 하겠다 고도 했다.

비회원사인 다국적 제약사들이 초저가 공급에 응할 경우 이들 제약사 본사에 통보하고 비윤리적 문제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제약협회가 개별 업체간 문제에 관여해 이렇게 하는 것이 담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으나 설혹 담합으로 문제가 돼 처벌을 받더라도 초저가낙찰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분도 취하고 실리도 얻고’, 두 마리 토끼 잡기(?)

제약이 1원 낙찰 저지를 위해 이같이 강공을 취하고 있는 것은 대략 3가지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선 일괄약가인하에 따른 원가율 상승으로 초저가 낙찰을 견딜 여력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 외에 1원 낙찰이 대외적으로 의약품에 여전히 거품이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여기에 제약협회 회무정상화의 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제약업체 영업 총수는 “1원 낙찰이 가능했던 것은 한 제품에서 손해 보더라도 다른 제품의 이득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일괄약가인하에 따른 원가율 상승으로 각 제품별로 적정 이득을 취하지 못하면 손해를 만회할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약협회의 한 관계자는 1원 낙찰 저지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제약업계가 일괄 약가인하를 반대해 온 논리나 명분마저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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