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빠른 상황 정리가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제약협회의 개혁을 기치를 내걸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윤석근 이사장이 취임 2개월도 채 안돼 낙마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송전 참패와 집행부 구성 실패 등으로 거센 퇴진 압박속에 본인은 이미 자진 사퇴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이같은 상황에 몰린 것은 회원 제약사들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회원사들은 일괄약가인하 소송에 솔선수범 하는 희생적 자세로 앞장 서 이끌어 줄 것을 기대했으나 고비고비 마다 돌출(?) 행동으로 실망을 안겼고, 정부와의 투쟁의 시기에 화해를 서둘렀으며, 정작 인내로서 화해를 이끌었어야 할 전임 집행부와는 성급히 결별을 내비치는 등 회원들의 정서와는 동떠러진 방향으로 움직이며 회원사들의 외면을 자초했다는 것.

그는 일괄약가인하 소송과 관련,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총대를 매겠다고 호기롭게 나선지 단 하룻만에 입장을 번복, 솟장 제출을 이틀이나 늦춰 소송전의 김을 뺐다는 비난에 직면했고,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재판부 판단 하루 전에 소송취하를 공식적으로 밝혀 이후 이어진 기각 결정의 빌미를 줬다는 원성을 샀다.

특히 그는 정부에는 확실하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반면 자신과 갈등관계에 있던 전임 집행부와는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소송취하를 밝히며, "가족간 문제를 남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가 하면 이사회에 복지부 국장을 초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와 연계돼 있는 제약현안의 50~60%정도는 해결됐다고도 했다.

그는 또 자신에게 위임돼 있던 부이사장 선출권을 이사회에 되돌리며 전임 이사장단을 포함 19명의 부이사장감을 재추천 받아 이사장단 구성에 착수했다. 새 집행부 참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전임 집행부를 배재한 나머지로 이사장단을 꾸려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선택은 많은 회원사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소송전 와중에 정부에 손내미는 것도, 소송전 포기를 이사장이 사실상 주도하는 상황도, 더더군다나 큰 곳 제약 위주의 전임 이사장단사를 배재한 채 새로운 집행부 구성으로 갈등이 굳어지는 상황도 회원사들의 의지와는 반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부이사장으로 추천된 대다수가 그의 집행부에 참여하는 것을 사양했고, 전임 집행부는 제2 제약협회 창립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그에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윤석근 이사장 취임 직후까지만 해도 '어차피 정식 절차를 통해 이사장에 선출된 그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던 일부 원로급 및 중견 제약사들 조차도 그에게 등을 돌렸다.

결국 윤석근 이사장은 자진 사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윤 이사장은 사퇴를 하더라도 전임 집행부 및 원로자문위원들과의 회합의 자리를 갖고 그동안의 속사정이라도 이야기 하며 오해가 있으면 풀고 모양세 있게 그만 두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임 집행부측에선 윤 이사장 퇴진이 자신들과 관계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퇴진 표명후 수습을 위해 협조차 만나는 것은 몰라도 퇴진을 위해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근 이사장의 고비고비의 선택은 어쩌면 다수를 위한다는 충정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혹 그렇다 해도 회원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제 그의 실험의 실패를 인정하고 가급적 빨리 상황을 정리토록 하는 것이 그가 그를 지지해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생각이다.

회무 공전의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 제약협회는 원만한 회무진행을 위해 임시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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