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이 홍보 메일을 많이 보내요. 바쁜데 비슷한 내용의 메일이 쌓이다 보니 잘 안 읽게 되죠. 그날 하루 종일 붙잡혀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할까 고민 중입니다.”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으로 등록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의 푸념이다.

의협을 비롯한 개원가에서는 ‘A후보가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 ‘A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B후보를 만나면 승산이 있을 것’ 등의 이야기가 오가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여전히 투표는 귀찮은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6명의 후보 중 1~2명을 알거나, 자신과 동문인 후보의 출마 사실을 인지하는 정도이다.

그들이 의협회장 선거에 이토록 관심이 없는 이유는 의협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기인한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자신이 회비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의협이 의사를 위해 딱히 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의사 집단을 대표하는 이익단체이지만 정작 의사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거죠. 회비를 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없고, 안냈을 때 불이익은 있죠. 의협 관련 행사에서 제외되거든요.”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의 이러한 무관심을 인지한 의협회장 후보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9일에는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10만 의사들의 수장 선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간곡히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염증을 느껴 무관심하던 국민들도 지난 재·보궐선거 등을 통해 ‘참여의 필요성’을 느끼며 투표장을 찾고 있다.

무관심하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내 손으로 우리 대표를 뽑아야겠다는 의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익단체의 대표인 의협회장을 뽑는 일은 지역 대표를 선출하는 것보다 참여의 필요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를 대표해 생각을 알리고, 협상하고, 투쟁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직 3일이나 남았다. 지금이라도 각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이번 선거에서 내가 던지는 한 표는 한 표가 아니라 동료들을 대표하는 수백, 수천 표다. 결코 무관심해서는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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