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보육 지원책, 한달새 3번이나 바꿔

정부가 내년부터 만3~4세 아동에게도 보육비를 지원하고 0~2세에 대한 양육수당의 대상도 대폭 확대하기로 하자 자녀 양육과 보육에 부담을 느끼던 젊은 부부들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보육 지원책은 한달새 무려 3번의 수정을 거쳐 나온 것이고 여기에 들어갈 예산 확보도 뚜렷하지 않아 정부의 성급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처음 수정안이 나온 건 지난 해 말이다. 12월 중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마친 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만5세 아동에게만 적용하려던 누리과정을 만3, 4세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보름 뒤인 12월 말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2세 이하 아이에게도 보육료를 지원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하지만 이에 일부 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어린이집에 맡겨야만 보육료를 지원한다면 집에서 양육하는 부모들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 18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유아 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집에서 키우는 영유아에 대한 양육수당과 만3~4세에 대한 누리과정도 실시하기로 했다.

결국 한달새에 3번이나 보육 정책이 바뀐 것이다. 부모들이야 보육·양육비 지원을 늘려 주겠다니 ‘쌩큐’겠지만 이를 위한 예산이 만만치 않다.

이번 정책으로 올해 6조 4570억원이었던 0~5세 보육비 지원 규모는 내년부터 8조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예산 확보를 위해 2014년까지 국고·지방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함께 활용해 만3~4세 보육료를 지원하고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재원을 일원화해 지자체 재정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부터 예산의 절반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 지자체는 반발하고 있다. 이미 책정된 예산이 있는데 여기에 몇 십억씩 하는 복지 예산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서둘러 복지 정책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뭘까. 공교롭게도 제19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채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어서 그 속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이는 정부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나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를 통해 젊은층의 표심이 정부나 여당의 대척점에 있음을 알게 됐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유권자들이 현 정부와 여당에 보이는 반응은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 수준이다. 이들 중심에 있는 부류가 바로 갓 가정을 꾸려 아기를 낳은 신혼부부들이다.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양육·보육비 지원을 대폭 늘렸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정부의 말대로 저출산, 맞춤형 복지, 미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투자를 위해 양육·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의도가 선(善)해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으면 이런 선의도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라는 것을 정부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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