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대도시 의료기관 1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사소견서·상해진단서·향후치료비추정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가 병원별로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소견서의 경우 광주광역시 한 병원의 1000원부터 서울 대형병원의 2만 원까지 그 간극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주로 사건·사고와 연루돼 고발을 목적으로 발급되는 상해진단서(3주 이상)는 최저 10만 원에서 최고 20만 원까지 가격이 뛴다.

다른 증명서에 비해 기본 가격이 훨씬 비싼 상태에서 그 차이가 두 배까지 나는 것이다.

병원들의 증명서 발급 수수료가 이렇게 비싸면서 제각각인 이유는 행정기관의 제재 없이 의료기관 임의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명서 발급에 있어 거의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볼 때 병원들의 이러한 수수료 장사는 환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고 등으로 상해를 입어 몸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이러한 비싼 수수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환자들은 당장 필요한 상황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에 증명서를 발급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높은 수수료에 대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도 “병원 임의로 결정하다보니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 서울에서 상해진단서 가격이 가장 높게 나온 다른 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발급 수수료가 이렇게 높은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지난해 의료계는 일반약 슈퍼판매·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의원급 의료기관·종합병원 할 것 없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의료수가를 현실화하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가 협상에서 2.8% 인상이 결정되는 등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위해 의료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도 있다.

하지만 병원들이 증명서 발급 수수료처럼 국가에서 제재하지 않는 틈새(?)를 이용해 이렇게 수익 보전에 나서는 것은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환자들은 그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수험생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대학교들의 비싼 입시 전형료의 인하 계획을 두고 교육부를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국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7~8만 원대의 비싼 전형료를 수험생들을 상대로 받으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대학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시늉에 불과한 인하 계획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론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몰아붙이자 그나마 일부 대학들은 전형료를 조금이나마 낮췄다.

대형병원들의 증명서 발급 수수료도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그 가격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전형료와 닮은꼴이다.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적정한 가격을 정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대학 입시 전형료처럼 국가가 나서서 현재의 높은 수수료 가격의 근거는 무엇인지, 적정한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가격 일원화에 나서야 한다.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해 빠르게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기에 이러한 환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원들의 양심적(?) 판단에 기대하기 보다는 협의를 거쳐 국가에서 적정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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