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 불법행위 고발에 막다른 길 몰려… 약국가도 우려 속 혼란

김구 대한약사회장에 이어 대한약사회 집행부 임원들의 약국 불법운영 실태가 ‘약준모(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를 통해 고발되면서 약사회와 약국가에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약준모는 약국정화사업이라는 명분하에 김구 대한약사회 회장을 비롯해 집행 부 임원들의 약국을 방문, 카운터(무자격자)의 조제 실태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불법영업을 벌인 약국과 약사 명단을 공개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대한약사회 집행부 임원 명단에는 지난달 29일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김구 회장과 함께 부회장 2명, 이사 3명 등이 포함돼 있다.

약준모는 이 같은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도덕성에 심각한 결함을 지닌 집행부가 정부의 외압에 조금도 소신있게 저항하지 못하고 항복해버릴 것은 명약관화하다”면서 “대한약사회 집행부는 총 사퇴하고, 회원들의 뜻을 대표할 수 있는 비대위가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대한약사회는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제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협의안을 발표한 뒤 일선 약사들과 여러 약사이익단체로부터 각종 문제제기와 비판을 받아 왔으며, 현재까지는 국민의 요구 하에서 ’약사 직능‘이라는 명분만을 고집할 수 없었음을 강조하면서 끝까지 책임을 다해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약준모의 조치로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돼, 기존 입장대로 향후 남은 1년의 임기를 지켜내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이미 김대업 부회장이 복지부와의 협의안 발표 이후 집행부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도 집행부 임원들을 자극할 수 있다.

약국가 또한 크게 흔들리긴 마찬가지. 약사회 집행부의 소신 있는 결정에 한 표를 던지던 약사들마저도 이번 불법운영 실태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는 반면 일부 약사들은 약준모의 이번 행보를 놓고 이렇게 공개하는 것은 제 살 깎아 먹는 것밖에 되지 않는 만큼,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국에서 카운터가 약을 파는 것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고발된 상황에서, 약사회원들이 차후 집행부의 정책과 결정사항을 제대로 따를 수 있겠느냐”면서 “약사회 집행부가 공식적인 반박이든, 수용이든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를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진구의 한 약사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최우선가치로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해온 약사회의 내부에서, 그것도 회장이 불법영업을 벌였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알려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면서 “이런 상황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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