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단이 났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관에서 있었던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경만호 의협 회장에게 날계란과 멸치액젓을 투척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올해 내내 경 회장과 날선 대립각을 세웠던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단상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진행요원과의 몸싸움이 벌어져 결국 회의는 중단됐다.

이후 피켓을 들고 회의장을 둘러싼 전의총 회원들과 의협 대의원들은 회의 내내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으르렁댔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이곳이 과연 한국 사회의 지도자층인 의사들의 모임인지 의심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 3월에 있을 37대 의협 회장 선거에 대한 사안들을 결정하고 임시대의원총회를 마친 그들은 다음날 차례로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장외에서 맞붙었다.

의협 대의원 의장단은 전의총이 자신들을 능멸했다며 해당 회원들에 대한 자격 정지와 형사고발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전의총은 회원들에게 욕설을 한 대의원들을 형사 고발할 것이라며 대응했다.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경 회장 배임 등의 혐의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여온 양측이 제2라운드에 돌입하게 생겼다.

◇“이젠 힘을 모아야 할 때”=의료계는 각종 제도의 도입과 그것을 둘러싼 반발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리베이트쌍벌제·선택의원제·건강보험 위헌소송·일반약 슈퍼판매·한미FTA 등이 그 사건들이다.

위 사건들을 둘러싸고 의료계는 제약계·정부 등과 줄곧 대립각을 세워왔다. 리베이트쌍벌제와 일반약 슈퍼판매를 놓고 제약계와 으르렁댔고 내년 시행이 확정된 선택의원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정부와 대치중이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한미FTA를 계기로 외국계 영리병원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 할 경우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과잉경쟁·낮은 수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원가의 고통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처럼 의료계를 둘러싼 외부의 상황이 결코 좋지 않은 이 때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이토록 피터지게(?) 싸우는 것은 전혀 득 될 것이 없다.

개원가의 고통을 줄이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힘든 지방·중소 병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대표 의사단체인 의협이 모범을 보여야 할 판에 이렇게 서로 싸우는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의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의협 대의원을 비롯한 기존 세력들은 젊은 의사들이 왜 그렇게 울부짖는지 진지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의협 집행부 등은 이제껏 찾기 힘들었던 젊은 의사들의 이러한 반발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지 고민해야 한다.

전의총 회원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대화를 시도해야지, 이번에 보여준 것처럼 폭력을 일삼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의협은 이번 사태를 극한 대립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만 계속 보인다면 결국 국민들은 대한민국 의사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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