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다, 독이다' 주장만 엇갈려… 제약 체질 개선에는 같은 축

▲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세미나 토론회에서 정부와 제약계는 그간 보여 왔던 약가인하 시행의 세부사항에 대한 입장과 기조를 유지한 채 각각의 상반된 견해를 내세우며 각을 세웠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정부와 업계, 학계간의 시각차는 국회에서 열린 논의의 장에서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11일 국회도서관 지하대강당에서 개최된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약인가 독인가’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와 제약계, 학계는 그간 보여 왔던 약가인하 시행의 세부사항에 대한 입장과 기조를 유지한 채 각각의 상반된 견해를 내세우며 각을 세웠다.

'제약계 리베이트 근절 위한 체질 개선 반드시 추진돼야'

내년 4월 시행되는 일괄약가인하를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정부와 일부 학계는 리베이트 근절과 제약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근거로 제시했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국내 제약산업의 제네릭에 대한 고가격정책은 나름의 성공을 보였으나, 리베이트 영업관행이 글로벌 단계로 도약하는데 발목을 잡는 역할을 했다”면서 “리베이트에 의존하던 영업관행을 불식시키는 정책변화가 필요하며, 이번 약가인하가 이러한 정책변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불황기에 성장하는 기업도 있는 만큼,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데 있어서는 이번 약가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며 “매출액의 20% 수준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약가인하는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측 토론자인 최희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도 이번 약가인하 정책 추진의지를 재차 밝히며,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을 내놓았다.

최희주 정책관은 “이번 세미나에서 우려사항으로 제기된 재무영향과 고용안정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투명한 약가인하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약가인하 시행에 앞서 대책을 마련하고 내달 10일까지 제약계와 노동계의 의견수렴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희주 정책관은 “10년간 제약계는 정부의 온실적 지원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왔으나 그 성장부분을 신약개발로 이룬 회사는 극히 드물다”며 “그러한 일부 신약개발 회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조치”라고 강조했다.

'약가인하 시기, 폭 등 조절해야'… 신약개발 여건 조성 이뤄져야

이에 반해 제약계와 노동계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들은 약가인하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정책 영향의 심각함을 우려하면서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시기 등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노동계 대표로 나선 이명현 한국노총 의약품분과부위원장은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안정과 고용유지는 생존권과 기본권인데, 정부는 폭력적인 약가인하를 감행하면서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약가인하가 고용정책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업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건강보험재정악화에 대한 책임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기등재의약품 약가인하 정책을 고려해 2014년 4월로 2년간 유예하고 합리적인 약가인하 수준을 3년간 점진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제약협회 갈원일 전무는 “일부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하면서 제약계 전체가 20%의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우리나라 약제비가 크게 높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미 제약계는 리베이트 약가인하제와 쌍벌제를 수용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제안하는 등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제약산업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1999년 이후 현재까지 10여년 남짓에 불과하나, 신약개발에는 15년 이상의 시간과 조단위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러한 시간과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약가인하 정책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황 KRPIA 부회장도 “제약산업은 꾸준한 임상과 연구가 이뤄져야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면서 “이번 약가인하 조치는 지금까지 발전해온 인프라와 기술수준을 후퇴시킬 수 있는 만큼, 제약계가 R&D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제를 맡았던 김원기 노무사와 권경배 회계사도 “정부는 이번 일괄약가인하 조치를 통해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보험재정악화 완화와 리베이트 관행의 뿌리뽑기 등 제약산업의 판도변화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제약산업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약계 대표인 이범진 강원대 약대교수는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해서 혁신적인 기업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옥석을 가려야 할 상황을 만든 것은 정부”라고 하면서 “너무 키워놨으니 이제는 바로 고치겠다라는 식으로 한꺼번에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기조는 맞다고 생각하고, 제약산업도 체질 개선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제약산업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약가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시기를 재조정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견해차 좁히기 실패… 15일 토론회 주목

이처럼 이날 세미나에서 정부와 제약계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약가인하 정책의 기조와 방향성에 대해선 같은 시각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시행시기 등 세부사항에 대한 조율에 있어서는 각각의 견해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날 세미나의 좌장을 맡은 정세영 대한약학회장은 “여러 전문가들과 제약계, 노동계 등도 복지부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라면서 “정부 측도 제약계와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치와 위험 정도에 대해 다시금 고려해봄으로써 향후 이에 대한 조율이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히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한편, 약가인하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가 오는 15일 예정돼 있어, 이번 토론회에서도 입장을 되풀이한 양측이 어느 수준의 합의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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