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운명체' 인식…'대화채널 구축' 공감

의약분업 시행 이후 다소 소원하게 비춰졌던 의협과 병협간의 관계 설정이 지난 21일 합동 상임이사회 개최를 계기로 하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양 단체간의 정책적 공조가 급속히 복원되고 있다.

 특히 이날 합동 이사회에서 두 단체 상임이사진들은 몇몇 사안들에 대해 그동안 입장을 달리했던 것은 '대화의 단절' 또는 '일부 오해'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정례적인 대화 채널 구축을 통해 동질성 확보에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나섰다.

 김광태 병협회장 등 병협에서 18명의 이사진을 비롯해 신상회 의협회장 등 의협에서 15명의 상임 이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6시30분 서울클럽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병-의협 합동 상임이사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료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두 단체간의 관계 복원 문제가 폭넓게 거론되었다.

 이번 모임을 주선한 김광태 병협회장은 환영사에서 "현재 병원계는 과목간 불균형 현상 심화, 의료전달체계 왜곡, 병원 도산율 급증, 봉직의 이직률 60% 등의 요인들로 인해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나 아직도 분명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선 모든 벽을 허물고 하나로 뭉쳐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진 의협회장은 답사에서 "의협에 몸담아 일 한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료계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나눠져 풍랑의 절름발이 신세로 느껴졌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면서 "의협서도 대형병원이나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번 만남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모임이 될 수 있도록 양 단체가 동질성 회복을 위해 앞장서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어 가진 자유토론 형식의 의견 개진 순서에서 김건상 의협부회장은 "병협에서 과거 수련이사를 맡아 일한 적이 있고 현재도 병원 신임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의협과 병협이 결코 다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의협이 개원의 입장만 대변해 온 면도 없지 않으나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 별로 따로 구분하지 말고 의권 수호의 명제하에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방철 의협 상근부회장은 "지난해에도 두 단체 이사진들이 모임을 갖고 매달 정례화하는 문제를 검토한 바 있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두 단체 회장님을 비롯해 분야별 실무진들이 자주 만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짐으로써 회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의권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화답에서 강진경 병협 부회장은 "금년도 의협 종합학술대회를 참석해 보니 질적, 양적으로 크게 발전하는 등 의협 집행부의 노고가 큰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예전의 불편한 관계는 '대화 단절'에서 기인되었던 만큼 대화 창구를 조속히 구축해 모두 윈윈 전략으로 갈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다.

 중소병원계를 대표해 김철수 부회장도 "의약정협의회 과정중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두 단체간의 벌어진 틈은 사실 큰집 격이나 다름없는 의협에서 먼저 나서 수습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면서 "최근의 2.9% 수가인하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부 병원계서 가지고 있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했다"며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한편 이영해 의협 부회장의 '국민과 대한민국 의사와 의료의 건강을 위하여'라는 건배 제의로 시작된 이날 합동 이사회서는 시종일관 박수가 터져 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협서 준비한 '의약분업 강제 시행의 문제와 제도 폐지의 당위성'을 알리는 홍보용 비디오도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