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병원, “지역 애물단지에서 자랑거리로”

20년 간 주민들은 동네에 정신병원이 있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이렇게 주민들의 눈엣가시였던 정신병원이 지역 경제를 살릴 의료복합단지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 국립서울병원

서울시 중곡동에 위치한 국립서울병원의 원래 명칭은 국립서울정신병원이었다.

하지만 정신병원이라는 이름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특히 주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동네에 정신병원이 있다는 것은 집값이 올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피켓을 들고 “정신병원 이사가라!”고 시위도 했다.

전형적인 님비(NIMBY)현상이다.

하지만 내년 초 예정된 재건축이 시작되면 애물단지는 지역 경제 발전의 메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바로 국립서울병원 부지에 종합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보건복지부, 광진구청, 지역 국회의원은 국립서울병원 1만4000평 부지에 정신건강 연구원과 비즈니스 바이오센터 등이 들어서는 종합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는 MOU를 체결했다.

국립서울병원 남윤영 기획홍보과장은 “지난 62년 지어진 국립서울병원은 50년이 지난 뒤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며 “하지만 지역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즉 지금의 자리에 재건축을 하겠다는 병원 측과 50년 있었으니 이제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라는 주민 측의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재건축과 이전에 대한 논의는 80년대 후반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매각조건 등 이전에 따른 조건이 계속 무산되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복지부가 재건축을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일은 계속 꼬여갔다. 재건축 예산은 나오지 않았고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계속 바뀌면서 재건축에 대한 결정은 정치적인 놀음에 의해 계속 번복됐다.

그러다 지난 2008년 2월에 주민갈등조정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리고 1년에 걸쳐 50여 차례 회의를 했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주민대표 등이 참석한 기나긴 회의끝에 이전 대신 종합의료복합단지로의 탈바꿈이 최종 결정됐다.

갈등조정위원회 중곡2동 주민대표로 참석했던 문기호씨는 “처음에는 이사 가라는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하지만 이전을 시킨 뒤 들어설 것은 공원 또는 아파트 몇 동뿐인데 이는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민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의료복합단지 구성안에 주민들은 차츰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선 복합단지 내에 들어서는 정신건강연구원과 비즈니스 바이오센터를 통해 이 지역 유동인구는 연2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이다.

문씨는 “20만 명이 10만원씩만 써도 2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많은 사람이 찾다보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주민들도 동감했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의 역할이 줄어든다는 계획도 한몫했다. 현재 960병상 규모의 병원은 단지 조성 후 300병상으로 대폭 줄어든다.

대신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원이 주된 역할을 하게 된다.

남 과장은 “주민들이 꺼려하는 정신병원이 아니라 연구소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했고 문씨도 “지역주민을 위한 주차장 확보 등 몇 가지 매력적인 제안에 주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런 제안이 있은 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복합단지 조성에 대한 찬성은 83%로 압도적이었다.

다만 지금의 고민은 복합단지 착공이 생각만큼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 과장은 “내년 초 착공 예정이지만 정치적인 부분이 끼어들어 진행이 더딘 편이지만 결정이 난 사안인 만큼 곧 첫 삽이 떠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립서울병원의 재건축에 대한 기나긴 갈등은 결국 긍정적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국가공공정책에 있어 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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