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들의 대정부 규탄대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의미는 깊었다.

제약 CEO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를 성토한다는 것은 과거엔 상상키 어려운 일이었다. 규제 산업으로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서 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이같은 행위에 제약사 CEO들이 앞장 선다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여겨졌던 것.

그럼에도 이날 규탄대회에서 주요 제약 CEO들이 빠짐없이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추가약가인하에 대한 제약사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란 풀이이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한 제약 CEO는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한숨지었다. 국내 제약산업을 말살시키려 하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오리지널의 경우 33.5%, 제네릭의 경우 최대 26.5%정도의 가격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제약사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각 제약사별로 전체 매출의 22~25%가 손실로 남게될 것이란 추산이다.

제약 CEO는 "이 정도면 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란 판국에 정부 눈치나 보고 앉아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규탄대회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외친 구호중에 '국민 필수의약품 생산 불능'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줄고, 이익률 적자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팔아서 남는 것 없는 필수의약품에서 제약사들이 손 땐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무슨 큰 문제가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제약업계가 정부 정책에 감히(?) 반기를 든다고 괘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데에도 생각이 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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