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수가 축소… 의약품 재분류 등 불안감 증폭

이른바 ‘5부제’ 당번약국의 시행과 동시에 약국조제수가의 축소마저 결정되면서 약국 경영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평일 중 하루는 오후 12시까지 일해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제수가는 축소되면서 약국 경영난의 심화가 우려되고 있는 것.

지난 3일 보건복지부는 대한약사회가 심야시간대 일반의약품 구입불편 해소방안으로 제시한 5부제 당번약국을 시행키로 결정하고 이와 함께 의약품 재분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같은 날 열린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사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원외약국 의약품관리료에 대해 901억원을 절감하는 방안에 다수가 동의하면서 약국조제수가의 감축이 거의 확실시됐다.

결국 리베이트와 약가에 대한 규제정책을 통해 제약업계를 조이던 정부가 이제는 약업계마저도 궁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전약국 등 대형약국의 경우 2.8%의 금융비용 제도 시행으로 인해 이미 경영에 압박을 느끼고 회전 기일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가감축과 연장운영은 약국경영에 있어 실(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비록 5부제 연장근무의 경우 전국 분회장들이 약사회 집행부의 추진에 따라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의했다고는 하나, 자율적인 운영시스템 하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이를 우려한 복지부는 5부제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면서도 약사회에 5부제 운영 실태 감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주문키도 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심야응급약국 사업을 예로 들고 5일 중 하루라고 해도 얼마나 지켜질지, 또 지켜진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향후 경실련과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점들에 초점을 맞춰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재차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의약품 재분류의 경우 해열진통제나 소화제 등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것도 약업계의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기인하고 있다.

결국 약국가로선 수가감축과 운영연장 등 약국경영에 위협을 느끼면서 동시에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허용’과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화’의 실현가능성과 문제제기까지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5부제 시행과 수가 감축으로 약국 경영에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며 “그렇지만 이제는 정말 배수진을 쳤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약사회 스스로가 하겠다고 정부와 국민 앞에서 발표한 만큼, 자체적인 점검과 감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전국 약사들이 이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가지고 현실적인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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