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고등법원이 보건복지부의 글리벡 약가인하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선 글리벡 약가에 대한 복지부의 직권인하 조치가 항소심에서도 객관적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는 점은 복지부가 명확한 기준과 원칙 없이 시민단체의 등쌀에 못 이겨 글리벡의 약가를 내렸다는 것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첫 소송 당시 서울행정법원이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글리벡의 약가인하율을 8%로 내리는 조정안을 제시했음에도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복지부에게 약가인하의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또한 복지부의 직권 처분은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오히려 글리벡 약가의 합리성과 객관적 타당성을 입증하는 꼴이 됐다.

특히 글리벡에 이어 차세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를 출시 계획 중인 노바티스로서는 이번 소송의 결과로 인해 타시그나의 약가에 대한 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게다가 향후 진행될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 사업과 2013년 특허만료로 인한 글리벡의 약가인하를 앞두고 있는 노바티스로서는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한시름 놓게 됐다.

그 결과 복지부는 이번 약가인하 처분으로 시작된 노바티스와의 소송에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노바티스에게 되려 힘만 얹어준 셈이 됐다.

복지부에서는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패소사유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상고가 올바른 결정일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복지부의 직권을 통한 약가인하라 하더라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면 결과적으로는 직권 남용에 불과한 것인 만큼, 다음 상고에서도 글리벡의 약가인하에 대한 합리성을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그에 대한 책임추궁을 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

따라서 복지부는 안되는 일을 억지로 되게 하려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국민과 환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한번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처럼 글리벡 약가에 대한 직권인하를 취소하고, 객관적 타당성에 근거한 약가인하 처분을 내리는 것을 재검토 해보는 것이 복지부로선 또 하나의 해결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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