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중심에서 '소신' 발휘 불구 평가는 '극과 극'

역할에 충실한 나머지 '싸움닭' 으로 투영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마치 싸움닭 같았다.

약제비적정화방안 규개위 심의장 복도에서 마주친 후배 서기관을 크게 나무라던 그의 모습에서,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도입 관련 토론회에서 복지부 제도개선 TF팀장과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이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이미지가 그려졌다.

행시를 패스한 엘리트 공무원(복지부 기획실장)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로부터 아프게 지적받은 후배 공무원들 입장에선 그가 야속한 선배일 수 있었다. 그는 툭하면 복지부 제약산업 정책의 문제점을 후벼팠다.

제약업계에도 할 말은 했다. 리베이트 척결을 외쳤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입 바른 소리도 자주 했다.

제약 관련 모든 토론회에 그가 있었고, 모든 정책의 중심에도 그가 있었다. 제약협회 상근부회장으로서의 4년여 기간동안 계속 그랬다. 그 기간동안 그를 빼고 제약산업에 대해 얘기할 수 없었다.

이런 그를 두고 제약계 내부에선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와의 나쁜 관계가 더 불리한 정책으로 귀결된다거나 공무원 물이 덜 빠져 회원사들 앞에서 머리를 빳빳하게 든다는 등의 뒷담화도 있다.

반면 업계 이익에 반하는 정부 정책이나 고객(의·약사)들의 제약계에 대한 불합리한 요구 등에 대해 회원사를 대신해 문제제기하고 개선토록 하는 역할이 그의 역할인 만큼 공무원들로부터 원성을 산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반증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정부 정책의지가 확고한 경우 제약협회 힘으론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모르는 이 없고, 그 나마 문 부회장의 바른소리로 속이라도 시원하다는 이도 있었다.

문경태 부회장이라고 싸움닭 노릇을 즐길리 없다.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못할 짓 한다고 자책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그런 것이었고, 그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으며, 그러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데 최근 제약계에서 집행부 개편에 즈음해 복지부와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꾀하며 문경태 부회장의 이선후퇴설이 돌고있다.

일종의 희생양이 되는 격인데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온 댓가로는 가혹하다. 그런 풍토라면 누가 그 자리서 일하려 할 것이며, 누가 소신껏 일하려 하겠는가? 사람을 소모품처럼 대해선 안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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