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 이후 달라진 유통환경 평가 필요




의약분업과 함께 처방약이 약국 몫이 되면서 이를 공급하는 도매업계가 인력보강 등 물류비 지출이 늘어나자 제약업계에 마진상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제약협회는 도매업소의 과도한 마진이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고, 도매협회는 어불성설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마진이라는 것이 거래 당사자간에 이루어져야 할 부문이라는 점에서 도매협회와 제약협회, 쥴릭과 쥴릭협력도매상(쥴참협) 등 업계와 업계간의 마진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약품 14.6%, Y약품 14.1%, 또 다른 S약품과 W약품 각 13.5%로 서울에서 쥴릭과 거래를 하고 있는 OTC주력 도매상의 매출이익(마진)이다. 반면 B약품 4.8%, A약품 4.9% 등 지방의 일부 도매상들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았고, 이들 39개 도매상의 평균 마진율이 8.9%로 나타났다.

이는 쥴릭협력도매상들이 12.5% 마진요구에 반론을 펴기 위해 쥴릭측이 내보인 99년도 도매상별 분석자료의 일부다. 쥴릭에 공급권을 아웃소싱한 한독약품은 일반약과 전문약을 모두 합쳐도 평균 8.9%의 마진율로 나타난 이상 12.5%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순이익률도 1.2%로 의약분업 이후 매출이 증가한 만큼 관리비용을 낮춰 저마진에 저관리 비용을 통해 상호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업계는 분업이후 5% 내외의 처방약 마진으로는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우려, 96년 한국능률협회에 의뢰했던 용역자료를 근거로 하여 12.5%의 마진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병의원 중심 의약품 공급에서 약국으로 분산되면서 추가로 불어난 유통경비 부분은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가 등 배송이 용이하지 않은 모든 소형약국까지 거래하면서 유통비용이 크게 늘어 처방약 5%선의 마진으로는 경영조차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독이 제시한 평균 8.9% 마진율에는 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류비가 적게 소요되는 병원에 중점 거래하는 도매업소가 포함돼 전체 평균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이후의 약국거래 증가를 통한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마진은 거래 당사자간의 문제이지만, 일정수준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자간 구체적인 근거자료가 제시되어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달라진 유통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이나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공동으로 용역을 의뢰하는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여 소모전과 같은 공방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여론이다.〈최봉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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