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사실공개 고민보다 국민 신뢰성 회복이 먼저

인기 외화시리즈 <X-파일>의 주인공 멀더는 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고 믿으며, 진실을 쫓아다니지만 현실과 이상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나, 멀더는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믿음 하에 UFO, 음모이론 등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 발을 떼지 않는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이 보편적 진리는 우리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정직이 최고의 가치임을 보여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 진실이 제 시기를 놓쳐 대중의 관심을 잃어버린다면, 진실의 힘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최근 사석에서 식약청 관계자는 "중요한 사실은 반드시 공개되지만, 그 시기가 문제"라며 식약청이 사실전달을 놓고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가볍게 술자리에서 흘린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으나, 최근 취재과정에서 식약청이 보인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민감한 부분이 담긴 자료 제출요구에 식약청은 "조만간 보도자료로 나갈 것이다" "대변인실과 언론공개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 "윗선에서 비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는 이유로 공개를 미뤄왔다.

공개를 거부하는 주된 내용은 거의 기업의 이익을 해칠 까 우려되는 처분현황이라든지 결과보고서 등이다. 상반기 행정처분 현황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다, 국회요구에 따라 밝혀졌고,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의 비만치료제와 관련된 보고서도 '대외비' 운운하며 공개시기를 놓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개되길 손꼽아 기다리는 사실들도 많다. 생동조작으로 의심되는 품목의 재평가 결과는 7월에 곧 발표될 것이라고 해 놓고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고, 제약사의 생산량 기준의 의약품 소포장율도 이미 지방청에서 '액션'이 나갔지만, 연말 행정처분 현황에서나 볼 예정이다.

제때 시기를 놓친 사실들은 예상치보다 약한 영향을 끼친 채 금새 잊혀지고 있다. 의협이 생동조작 의심 품목을 공개했을 때, 재평가 결과가 나오면, 또, 약사회가 고발하고, 또 몇몇 제약사의 비만치료제 문제가 떠들썩했을 때 소비자 보고서가 나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무리 비즈니스 프렌들리라지만, 식약청의 기본미션은 국민건강 보호다. 의약품 사용에 대한 일반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신뢰성을 되찾는 길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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