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시민연대, '환자 20년 염원, 폐기돼선 안돼'

환자들의 20년 염원을 담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은 폐기돼선 안되며,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와 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7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시민연대'는 18일 성명을 통해 "의료사고피해자들의 20년에 걸친 염원인 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이 작년 8월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으나 의료계의 압력과 눈치보기에 급급한 국회의원들에 의해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특히,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9일 의료사고 입증책임의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획기적인 판결이 나온 점을 감안, 향후 의료사고의 원인규명은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은 후 양쪽다리가 마비된 이 모씨가 병원과 담당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부산지법은 "의료행위상 손해 발생 증명책임은 환자 측에 있지만,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일반인이 이를 밝혀내기가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직후 갑자기 하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을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사고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의료진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그간 의료사고와 관련된 민.형사 소송이 원고(환자)입증주의 채택으로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증명해 왔던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임을 증명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단체는 "향후 의료사고로 인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를 법적.제도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선 의료기관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입증책임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 국회통과를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특히 "이처럼 입증책임을 환자에서 병원과 의료인에게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함에도 불구, 당리당략과 의료계 압력에 휘둘려 논란만 거듭하다 이제는 총선을 핑계로 방치해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며 "국민의 간절한 염원에 귀 기울여 17대 국회 마지막 남은 기회에 법 통과에 충실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시민중계실,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한국소비자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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