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유전자 분리 ‘스플라이싱’ 방해…암 증식 억제

日 에자이-이화학연구소 각각 개발성과 발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신종 항암 후보물질이 잇따라 개발됐다.

일본 에자이(Eisai)와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각각의 연구를 통해 암세포 속 DNA로부터 유전자 부분이 분리되는 '스플라이싱'(Splicing)이라는 과정을 방해하는 새로운 타입의 항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23일자에 두 편의 연구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유전자가 활동을 시작하려면 전체 DNA 가운데 실제로는 쓸모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인트론'이라는 부분이 분리돼야 하는데, 이 같은 분리과정을 스플라이싱이라고 한다.

이번에 개발된 후보물질은 모두 DNA로부터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유전자를 만들어내는 기구를 방해함에 따라 암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기존의 항암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 암에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우선 에자이가 개발한 것은 방선균이 생성하는 ‘플라디에놀라이드’(pladienolide)라는 물질로, 지난달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쥐에 사람의 암을 이식해 플라디에놀라이드를 투여한 결과, 일부 암이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포실험에서는 이 물질이 스플라이싱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결합해 그 작용을 억제하고 세포 증식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자이는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다는 점에서 암세포 증식에 강하게 작용하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화학연구소와 도쿄대학,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등 연구팀도 스플라이싱을 방해해 암억제 유전자의 작용을 강화하는 ‘스플리소스타틴-A'(splisostatin-A)를 개발했다.

스플라이싱을 억제하면 여러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암억제 유전자인 ‘p27'을 생성하는 단백질은 그 구조가 변화돼 오히려 작용이 강화된다는 것. 세포실험에서는 스플리소스타틴-A가 암세포의 증식을 보다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항암제는 암세포 DNA를 공격하는 작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플라이싱을 저해하는 물질은 DNA 자체를 파괴하지 않기 때문에 항암제 치료로 유발되는 2차암의 발생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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