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만에 파업에 들어가 노사 모두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연세의료원의 사태는 평소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연세의료원 노사의 현재 파업사태는 겉으로는 임금협약, 비정규직 정규화문제, 유니온삽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지만, 사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수년간 쌓여온 의사-행정직 간의 불편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파업이 진행돼도 노사 핫라인 조차 없었고, 첫 교섭이 파업 사흘째 시작된 것을 보면 이미 이는 곪을대로 곪아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그간 병원의 의대교수들이 행정직원들을 배제하고 업무를 추진하는 등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언급해 의사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번 파업은 평소 동참하지 않던 기획실, 인사팀, 총무팀 등 병원 주요핵심 간부직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의대·의국 비서들의 파업동참률도 높았던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더불어 이번 노조는 사측 비판대상을 기존 병원 경영진에서 의사까지 확대해 교수, 전문의 등 의사들의 연봉이 행정직보다 많다는 식의 민감한 문제까지 건드렸다.

심지어 노조는 '하얀거탑'이라는 주제의 역할극에서 간호사, 행정직 등의 등을 밟고 거드름 피는 의사의 모습을 공연하는 등 의사들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의사들의 불만도 높다.

한 일반 교수는 "그동안 경영진을 제외한 의사들은 그래도 같이 일하는 직원으로 함께 껴안고 포옹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라며 "의사와 행정직을 꼭 이분법으로 편가르고 적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교수도 "평상시 가족같이 대하던 비서 등 직원들이 너도 나도 말없이 파업장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며 "많은 교수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하는 교수들도 많다"고 거들었다.

심지어 한 교수는 "행정직 급여수준이 동종업계 최고수준임에도 그래도 의사교수보다 낮지 않냐고 되묻는 직원을 보며 무섭기까지 했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치 못한다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불신이 과거처럼 한발 양보하며 노조를 포용하던 교수들이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배경이 되고 있다.

양측의 불신은 누적될대로 된 직종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예산 1조원이 넘을 만큼 병원덩치는 커졌는데 의사소통 등 조직관리시스템은 아직 그만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외치는 대로 환자를 위한다면 노사모두 한발 양보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닌 속깊이 쌓인 앙금을 풀어야 한다. 양측이 열린대화로 분쟁을 조속히 매듭짓고 다시 환자곁으로 되돌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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