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저

서울대학교출판부 | 2011-12-20 | 12000원

1.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위해서는 관심사의 공유와 두 분야의 언어를 구사하는 바이링구얼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인간을 포함한 세상을 이해하는 상보적인 방식이다. 이 두 분야는 모두 창의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창의적인 성과를 내게 할 방법들을 공유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세상을 표상할 다양할 방법들을 발전시키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을 충만하고 생기가 넘치게 만든다. 이 점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서로 다르고 상반되는 것이라고 간주된 한국의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소통은 통섭이 아니라 조심스럽고 접촉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접촉을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지녀야 한다. 우선 인문학자들과 자연과학자들은 서로에 대해서 서로의 학문이 가치 있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분야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인문학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역으로 인문학자들은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주제를 화두로 던져야 한다.

2. 과학과 다른 사회적 분야와의 조화
과학과 법은 아직도 상충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법정에서 과학적 증거를 놓고 충돌이 일어날 때, 과학은 과학적으로 움직이는 법정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법정은 법의 목적에 스스로를 맞춰주는 과학을 좋은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양측은 자신은 완벽하지만 상대가 결함이 있다고 비난하면서 잘못을 전가한다. 그렇지만 과학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듯이 법률도 완벽한 제도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과학이 법정에 들어올 때, 과학은 더 이상 실험에서 자연의 진리를 추구하는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권리에 직접 개입하는 활동으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과학기술 시대에 인권은 복잡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을 재정의 하고 있으며, 자연과 사회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과학기술 시대에 소중한 인간의 권리를 보존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자들과 대중 모두가 과학과 인권의 상호관련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홍성욱 -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을 시도하는 과학자
저자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토론토대학교 과학기술사철학과 조교수가 되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잡종, 새로운 문화읽기』, 『생산력과 문화로서의 과학기술』,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 『2001 싸이버스페이스 오디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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