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저

프롬북스 | 2012-11-16 | 14000원

"요즘 들어 내가 아닌 것 같아요.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사소한 문제에도 우울해집니다.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 꾹 참고 있었는데, 근래에는 혼자 오페라를 듣다가 눈물을 흘렸어요"

사업을 운영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40대 후반 남성의 이야기다. 겉으로 회사와 가정에서 슈퍼맨이었던 중년의 속은 곪아있었다.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하고 끙끙 앓는 사이 상처는 더 커질 뿐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는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해 혼란스러워 하는 중년의 속마음을 들어주고, 따뜻한 위로와 함께 심리처방전을 내려준다.

인생의 반환점에 선 중년은 불안하다. 언젠가 인생의 종착역에 닿는다는 점을 깨닫고, 절망감과 위기감에 빠져든다. 조바심을 낼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갇히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소연할 데가 없다. 답 없는 문제에 답을 구하려 할수록 답답해질 뿐이다.

김병수 교수는 최근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신간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를 펴냈다. 마흔의 길목에 들어선 중년을 위한 심리처방전으로 중년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이다. 혼자만의 고민으로 마음 고생했을 독자들은 ‘바로 내 이야기’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Part 1에서는 생애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한 중년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직장에서 퇴직한 뒤 가정에서 눈칫밥 먹는 아버지, 자식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넓은 집 대신 PC방에서 안락함을 찾는 중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돌이켜보니 허무하다는 50대.

김 교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중년에게 우울증이 찾아온다고 진단한다. 존재 기반을 잃은 중년이 뿌리 없는 나무처럼 흔들린다는 것이다. “나무가 가지를 높이 뻗으려면 깊이 뿌리 내릴 곳이 필요한” 이유와 같다고 설명한다.

Part 2에서는 중년의 길목에서 깨닫게 된 소중한 지혜를 들려준다. 나이가 들면 지혜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일까? 김 교수는 “지혜는 나이와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젊었을 때의 영광을 버리고, 변하려 애쓰는 사람만 지혜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년의 사춘기가 안겨준 혼란과 시련을 자양분 삼아 더 단단해져야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또 지난 시간과 남은 시간을 비교하며 조급해하는 중년에게 “인생은 단편소설이 아니라 죽을 때 완성되는 장편소설”이라며 “당장 완벽해지고자 욕심 부리지 않고,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채워지기를 바라며 기다리라”고 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불안은 불안한 대로, 두려우면 두려운 대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책에 인용된 명사의 시와 글귀는 또 다른 처방이다. 저자는 장애를 딛고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된 이승복 박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 등의 글을 함께 실었다. 또 책에 실린 스트레스․우울증․조울증 등의 자가 진단평가표는 ‘나도 우울증이 아닐까’라고 의심했던 독자들이 병원을 찾기 전에 참고할 만하다.

김 교수는 “중년의 사춘기를 평탄하게 보내는 것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깊은 고민에 빠져보고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라 두려움과 혼란을 느껴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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