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수연 기자
- 승인 2008.05.30 10:57
의학신문·삼성서울병원이 함께하는 케이스리포트
심근경색증 환자서 사용한 경피적 심폐보조 장치<1>
증례 설명
50세 남자 환자가 24시간 전부터 시작된 흉통과 호흡곤란으로 타 병원에서 전원 되어왔다. 환자는 2년 전 심한 전흉부 흉통이 있었으나 따로 병원을 찾지는 않았고, 이후 약간의 호흡 곤란 이외에는 특별한 문제없이 지냈다고 하였다. 환자는 전원 되기 전날 심한 흉통을 느끼고 집 근처 종합병원을 방문하였다.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았고 중환자실에 입원되었다. 환자의 흉통은 지속되었고 내원 다음날 아침부터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혈압이 90/50mmHg로 하강하여 심인성 쇼크로 판단되어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없었고, 30pack-year의 흡연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안색이 창백하였고, 경도의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있었다. 혈압은 70/50mmHg, 맥박수는 분당 120회였다. 심전도 상 V 1-5에서 ST절 상승과 Q파 및 좌각차단 소견이 관찰되었고 흉부 X-선 촬영에서는 중등도의 폐부종 소견을 보였다[그림 1]. 심초음파 검사 상·하벽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운동(akinesia)의 소견을 보였고 좌심실 구출률은 15%로서 중증의 좌심실 기능 저하의 소견을 보였다.
환자는 즉시 심혈관 조영실로 옮겨졌고 혈압을 유지하기 위하여 먼저 대동맥내 풍선 펌프(intra-aortic balloon pump: IABP)가 삽입되었다. 관상동맥 조영술 결과 우측 관상동맥은 정상이었지만 좌주간지가 혈전으로 완전 폐색되어 있었고, 이 병변이 급성심근경색의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좌주간지에 혈전 제거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다[그림 2].
관상동맥 중재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었고 대동맥내 풍선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도 불구하고 시술 후 환자의 혈압은 80/60mmHg 정도였다. 시술 후 폐부종은 조금 악화되었고 소변량은 시간당 30~50mmHg으로 쇼크의 상태가 지속되었다. 시술 후 peak CK-MB는 698mg/dl로서 매우 높아서 심근 손상의 범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술 다음날 아침 환자는 다시 혈압이 70/40mmHg로 하강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등 심한 쇼크에 빠졌다.
추가적인 심폐 보조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최근 도입된 Emergency Bypass System(Terumo, Japan)을 시술하였다[그림 3]. 환자는 EBS를 삽입한 후 바로 정상 혈압을 회복하고 소변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등 쇼크 증세가 사라졌다. 3일간 EBS를 시행한 후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고 EBS를 제거하였다. 다시 3일 후에 대동맥내 풍선 펌프도 제거할 수 있었다. 환자는 심근 경색 14일 째 일반 병동으로 전동되었으며, 30일 째 무사히 퇴원하였다. 퇴원 전 심초음파 검사 상 좌심실 구출률은 29%로 호전되었다.
증례 토의
교과서적으로 심인성 쇼크를 동반하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병원내 사망률은 8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근 약물 치료와 대동맥내 풍선 펌프(IABP) 등의 보조 장치의 발달로 그 사망률이 50% 정도로 호전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심장 질환의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경피적 심폐보조 장치(percutaneous cardiopulomonary support: PCPS)로 불리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체외 심폐순환장치(extra-corporeal membrance oxygenator: ECMO)의 하나로서 심장에 직접 튜브를 삽입하는 기존 방법과 달리 작은 피부 절개를 하고 대퇴동맥과 정맥을 통하여 튜브를 삽입하기 때문에 시행하기 쉽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 상품화 되어 본 증례에서 사용된 Emergency Bypass System(Terumo, Japan)는 순환 튜브 및 membrane oxygenator가 하나의 키트로 제조되어 있기 때문에 기계가 준비되는데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본원에서는 심인성 쇼크 환자에서 EBS를 사용한 경험을 순환기 잡지에 발표한 바가 있다. 대상 환자는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심인성 쇼크 환자와 심정지 환자 20예로서 시술 후 사망률은 50%였다. 즉, 다른 치료법으로는 모두 사망할 환자 중 약 50% 정도는 EBS를 이용하여 소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급성 심근경색증에 동반된 심인성 쇼크의 가장 중요한 치료 중 하나는 응급 관상동맥 조영술 및 일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이다. 일반적으로 급성 심근경색증에서 시행하는 일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은 흉통 발생 후 12시간 이내에 시행되는 것을 추천하고 있지만 사망률이 매우 높은 심인성 쇼크 환자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치료에 대한 2005년 미국 심장학회 권장사항에 따르면, 흉통 발생 36시간 이내이고 심인성 쇼크 발생 18시간 이내인 경우 응급 관상동맥 조영술 및 일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본 증례는 심인성 쇼크를 동반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일차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한 후 최대한 내과적 치료를 하였으나 쇼크가 악화되어 최근 도입된 경피적 심폐보조 장치를 사용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한 예이다.
[그림 1] 흉부 X-선 및 심전도 검사 소견
[그림 2] 관상동맥 조영술 및 관상동맥 중재술 소견
[그림 3] Emergency Bypass System의 설치
대퇴동맥·정맥에 설치한 모습. 실제 환자에서 적용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