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비해 우리 의료복지체계에서 뛰어난 점 중 하나가 바로 검진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적은 의료수가에, 능숙한 의료진들 그리고 무엇보다 약관의 나이가 차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으로 외국에선 수십 수백 만원 하는 검진은 무려 만원짜리 몇 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곳이다. 1차적 예방이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지만 효율적인 면이나 자금적인 면, 기타 여러 가지 요인으로 힘든 경향이 있고, 3차적 예방(치료)은 대부분 invasive한 치료로 치료자-환자 둘 다 힘들
지난 2월 22일 건강보험공단의 주최로 ‘건보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려 각계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 논의를 했다. 이날 여러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은 대부분 여러 의료서비스 공급자 중 의사들을 목적으로 삼은 발언들이었다. 과연 의사들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숨어있는 것일까?필자가 생각하는 당면한 문제들의 열쇠는 보건복지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실제로 건보 재정이 해마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는 의약 분업 이후였다. 당시 많은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강력하게 추진하
얼마 전 영남권 공항 건설 문제가 붉어졌었다. 대통령이 스스로의 공약을 실효성 문제로 철회하면서 붉어진 일이다. 이러한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외국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느낀 점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행정 고위직들은 주먹구구식 행정을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일을 추진할 때, 먼저 득과 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일단 말부터 내뱉고 본다.실제 일을 하면서 느끼기를 보건행정도 이와 크게 어긋남이 없는 것 같다.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모습에 칭찬을 하며, 롤모델
작년 한 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는 많은 일을 했다. 신규 이동도서지역 편입, 보건소 내과 등 일부과목 필수배치 등 바뀐 이동규정에 따라 공중보건의사들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복지부와 협의했으며, 각 지역의 관사, 복지포인트 수령여부 등 근무여건 개선에 최선을 다했다. 진료지침의 개정작업, 직무교육, ‘이 땅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살아가기’ 등의 세미나를 통해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의료와 전문직으로서의 직군 그리고 지성인으로서 소양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마이너스통장 협상과 신용카드 사업, 의료서적
질병을 치료하는 것 보다 좋은 것은 질병을 막는 것이며, 질병을 막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공중보건이다. 그만큼 의료에 있어 공중보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공중보건을 담당해야할 보건소와 지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기 도구로 전락하여 세금이 낭비의 구멍이 되고 있으며 지역 의료 향상은커녕 세금으로 마련한 의료장비와 저가 의료로 지역 의료기관들을 고사시켜 지역의료를 망가뜨리는 형편이다. 민원이 두려워 의료법에 위배되는 일을 공중보건의사에게 강요하거나 주변 문을 여는 의료기관이 충분한데도 주말진료도 모자라 장날 진료
아전인수(我田引水) 그리고 적반하장(賊反荷杖), 잘은 모르지만 세계적으로 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는 말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아마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런 상황에 맞닥뜨려 황당함을 경험했을 것으로 본다. 의사의 입장에서 치료를 할 때 환자와의 관계는 약을 쓰는 지식과 동등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항상 웃으면서 환자를 대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에 환자분과 싸운 일이 있었다. 약을 대리처방 받기 위해 오신 분이 있었다. 명백히 이는 의료법 위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치매
민족의 큰 명절인 설이 지났다. 작년과 달리 설연휴와 주말이 이어져 귀향,귀경길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거나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갖는 반면 더욱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밤늦게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대중교통 연장 운행을 위해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비상시 발생하는 화재나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고향대신 근무지를 지키고 있는 소방,경찰 공무원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구제역사태로 방역 작업을 위해 많은 공무원들이 차례상 대신 초소를 지켰다. 이렇게 꼭 필요한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그런 쌍벌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필자가 일하는 곳도 제약회사 직원이 찾아왔다. 저녁식사 (고기 접대), 고가(무려 3만원이나 하는)의 USB 메모리까지 모두 뿌리쳤으나 과거 리베이트로 유명했던 H모 회사의 직원은 집요했다. 그 어떤 사적 관계도 불가함을 넌지시 이야기했으나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PMS(신약에 대한 효과 연구에 참여하고 연구비를 받는 것으로 현재 합법으로 판단되어 있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이대로 두면 계속 찾아오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께서 슈퍼마켓 등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언급하면서 일반의약품의 판매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논쟁으로 의사회와 시민단체 등은 환자의 편의 등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하자는 주장이고, 이와 반대로 약사회와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진찰이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일반재화처럼 바로 판매가 가능하다. 이는 전문의약품에 비해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위험성이 적은 약으로써 일반적
아침 출근 길 이전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서야 했다. 양평으로 진입하는 6번국도 그리고 홍천으로 들어가는 44번 국도에서 구제역 전파 예방을 위한 차량소독을 실시하여 차량이 조금씩 지체되기 때문이다. 라디오 뉴스에서 14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고, 200만 마리의 소·돼지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로 인해 축산업 기반자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또한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받는 일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한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한 수의사선생님
얼마 전 의료서비스가 공공재인가, 아닌가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동안 깊게 생각해본 문제가 아니었으나 이번에 글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재란 정부재정에 의해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칭한다. 공공재는 기본적인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비경합성이고, 또 하나는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이란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소비자의 소비 효용을 떨어뜨리지 않는 경우이며, 비배제성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는 과연 공공
안정호강원도 홍천군남면보건지소공보의로 첫 근무를 시작하게 됐을 때 환자 진료를 위해 필요한 간단한 기구, 펜라이트, 청진기 같은 것을 보건소에 부탁하니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었다. 일단 학생 때 사용했던 개인 물품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얼마 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보건소 2층 복도에 보건소 한방사업을 홍보하는 대형 PDP TV가 설치된 것을 보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모습을 최근 국회에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난투 끝에 통과시킨 2011년도 새해 예산안에서 영유아 예방접종
박주원서울역 무료진료소다시서기센터 공보의끝도 없는 환자들…. 개원의라면 반가운 상황이겠지만 여기는 엄연히 보건지소다. 다시 생각해보니 개원의라도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의료사고가 날지 모르지 두려울 수도 있겠다. 이렇게 많은 환자를 단 1~2분 내 봐야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제대로 볼 리 만무하다. 오늘 예진한 환자만 200명, 300명…. 하루에 1000명 가까이 예진을 했다는 공보의도 있으니, 그래도 그 보단 낫다는 처량한 생각마저 든다. 근처에 병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환자들은 이맘때면 접종을 위해
이경희경기도 양평군청 공보의보건소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공공의료의 한 축을 책임지는 중요한 곳이다. 보건소는 정부차원에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또는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으로 진료, 사회복지사업, 예방접종 등 크게 3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모든 운영은 민원과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아이러니할 뿐이다. 예를 들어 보건소 진료혜택을 받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그 혜택을 받지 못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군수한테 직접 전화하겠어” “소장이 내 이웃인데! 내
안 정 호 강원도 홍천군 남면보건지소 공보의지난 7월 목포의 한 보건소에서 B형간염 백신접종을 한 8개월 영아가 접종 후 돌연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안타까운 죽음이라는 점에서 그 부모가 받았을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당시 부모들은 예진표 작성 시 한 달 전 중이염과 폐렴을 치료했다는 사실을 기재했으나 의사가 직접 예진하지 않고 간호사가 대신 예진표에 의사를 대리해 기재하고 접종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예진을 담당한 공보의와 간호사는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 및 식약청
천 재 중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변인최근 복지부가 전문간호사제도를 양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문간호사제도는 지난 2000년 분야별 간호사를 개정한 것으로 간호사 면허자를 대상으로 보건ㆍ노인ㆍ종양ㆍ마취ㆍ정신 등 13개 전문분야별로 일정 교육과정 이수 및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또 의사 보조 인력이란 뜻으로 ‘PA’(Physician Assistant)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정부가 의사의 진료업무를 도와주는 전문간호사가 아닌 외과, 산부인과 등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전문간호사를
박 주 원 서울역 무료진료소 ‘다시서기센터’ 공보의얼마 전 공중보건의사 체육대회가 보건복지부의 공가 불허로 무산됐다. 대회를 7일 남기고 벌어진 일이다. 이로써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계약금 3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복지부가 국정감사에서 일부 지적 받은 사항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연례행사에 아무 말이 없다가 7일 남겨두고 갑작스레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이 이해가 안 가지만 복지부가 그런 유치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상은 의원의 “복지부가 공중보건의사를 민간 법인으로 영리
▲ 이경희경기도 양평군청공보의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본 나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톡스와 디스보톡스 등을 허가 기준과 달리 통증조절에 사용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임의 비급여로 받은 마취과 전문의에게 127일간의 업무정지와 환수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해당 전문의는 통증치료에 보톡스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적법하고 또 통증의학의 전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한 것이며, 시술행위 및 본인부담금 징수행위는 현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치
▲ 안정호강원도 홍천군남면보건지소 공보의 “보건소 아저씨, 독감주사 놔줘요?” 면(面)에서 열리는 5일장에서 가끔 듣는 질문이다. 편한 옷차림에 다니는 길이고 보건지소 밖이니 민원인들이 나를 어떻게 부르던지 그건 그분들 맘이니 ‘의사 선생님’ 소리를 듣지 못해도 크게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똑같이 약 지어줘요.” 가끔 지소에 신규로 오는 환자들에게 듣는 소리다. 다른 곳에서 발급받은 처방전을 가지고와서는 이 약이 잘 들으니 여기서 처방 받고 싶다는 소리다. 물
▲ 박주원서울역무료진료소다가서기센터 공보의 한국건강관리협회에 근무하는 한 공보의는 새벽부터 검진을 나간다. 한 곳도 아닌, 그것도 두 세 개 도시를 돌며 검진을 한다. 검진관리도 그야말로 엉망이다. 간호사 없이 검진을 하는 것은 기본이요, 환자 수송 등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사칭하며 검진하는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공보의는 오늘도 새벽부터 검진을 나간다. 의료사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