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소위 ‘정보화시대’로 불리곤 해도 지식의 시대로 불린 적은 한번도 없다.정보가 곧장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보를 찾아서 흡수하고 이해하고 통합하고 현실에 맞도록 잘 적용시킬 때 정보가 지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료윤리도 마찬가지다. 윤리에 관한 많은 정보가 현실에 맞는 지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윤리가 그런 상태다. 갓 쓰고 양복 입은 모습이다.한국에서 의료윤리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차이에 의한 이해의 부족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서양 철학사상을 도입
의료현장에서 의료과오(medical error)나 의료진의 불친절한 행동은 여러 가지 갈등을 유발시킨다. 이때 의사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접근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나 위기로부터 의사 자신을 보호해준다. 갈등상황을 직면했을 때 막연히 겁을 내고 도망가지 말고 상황에 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1)합병증(complication)인 경우에는 먼저 안타깝다는 공감의 표시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합병증에 의한 문제를 의사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의미의 합병증은 나쁜 결과의 일종이지만, 수술이나 처치에 있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소통(communication)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소통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사이에 소통이 잘 안되어 일어나는 문제가 의료현장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의료분쟁이나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들여다보면 소통의 부재로 인한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의료윤리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황에 맞는 의학지식을 환자나 환자가족들에게 적절한 언어를 통해 전하는 것
모든 의사들이 피해가고 싶고 경험하기 싫은 일이 바로 의료분쟁이다. 주변 동료의사들이 의료분쟁 때문에 고통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나에게 곧 닥칠 일인 양 가슴이 덜컹한다. 의료분쟁은 나쁜 결과를 입은 환자나 환자 가족, 의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게다가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모되는 물질적, 정신적, 시간적 손실은 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피해를 줄여 보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의료분쟁조정법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들어진 의료분쟁조정법을 살펴볼 때 의료분쟁을 적절히 풀어갈 제도로 자리
낙태에 관하여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이냐 임산모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이냐는 끝없는 논쟁이 있어왔다. 얼마 전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주최로 여성과 태아의 공생을 위한 간담회가 있었다. 의사들이 그것도 낙태와 직접 관여되는 의사들이 앞장서서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증진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이 신선하다. 낙태 (인공임신 중절 수술)문제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에 대하여 사회 각 층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였다.그 동안 낙태에 관하여 견지해온 참여자분들의 찬,반 주장과 낙태 현실과 대안등에 대해 많은 의견이 개진되었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Pro-life)의 주장에 맞서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단체로 프로초이스(Pro-choice)가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프로초이스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낙태를 찬성하고 있다. 첫째,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권리는 인간 자유의 기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낙태를 찬성하고 있다. 둘째, 태아가 3개월 무렵부터 얼굴과 손과 발등 신체적 특징을 나타내지만 사고나 자아인식, 정신적 능력 등의 기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성인과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갖춘 인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셋
프로라이프(pro-life)는 낙태를 반대하는 단체이고 낙태를 허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프로초이스(pro-choice)다. 두 그룹은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사들은 낙태라는 시술에 직접 관여하게 되어 있는 입장이어서 두 그룹의 주장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의사가 낙태에 관한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 없이 의술을 행한다면 인간 생명의 존엄함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먼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의 주장을 살펴본다.이들 낙태를 반대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배려할 줄 아는 의사, 환자에게 신뢰받는 의사, 자기 자신에 대해 떳떳한 의사가 되고자 고민하는 아주 작은 무리의 의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매달 첫째 월요일 저녁 7시 의사협회 동아홀로 향했다.진료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함께 모여 고민하고 공부하며 토론했다. 의료윤리를 고민하는 의사들이 의료윤리연구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하여 향후 의사들이 지향해 나가야할 역할과 덕목에 관한 심포지움을 열었다.역사적으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의사에 대한 역할이 다양화되고 변화하고 있다. 미래의 의사들은 지금과는
약에 대한 안정성과 부작용 등을 알아보는 시험을 임상시험(Clinical test)라고 한다. 이중 동물에게 하는 시험을 전임상시험이라고 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약효평가를 임상시험이라 한다. 1상에서는 소수의 건강한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고, 2상에서는 수백명의 환자에서 적용질환과 최적의 투여량을 설정한다.3상에서는 수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약물 시판 후 부작용을 추적, 검토하는 것을 4상이라 한다. 풍부한 임상경험과 약물에 대한 다양한 임상 반응 정보를 알기 위해 제약 산업과 의료
얼마 전 일본인 부부가 태국에 가서 체외수정 후 수정란의 염색체를 조사한 뒤 딸을 골라 낳는 일이 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011년 9월 25일 보도했다. 외국의 시민권을 갖기 위해 원정 출산을 하던 우리나라 부모들의 행동은 이에 비하면 너무나 초보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독일 등은 인종적 우생(優生)사상에 연결될 수 있다며 수정란 진단검사를 금지하고 있고, 일본은 중증 유전병이 의심될 경우 이용된다. 하지만 태국은 최근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약 15개 의료기관이 자녀의 성별을 선택하려는 일본이나 중국, 인도인 부부에게 수정란 진
대리모란 여성이 자신의 자궁을 이용하여 타인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사람을 말한다.얼마 전 20대 30대 여성들이 불임부부를 모집하여 돈을 받고 대리모 역할을 해 준 사건이 있었다. 대리모를 불임부부에게 알선해주고 돈을 챙긴 브로커와 대리모 여성들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 이들은 불임부부의 남편 정자를 주사기로 대리모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여 대리모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돈을 받고 자신의 난자와 자궁을 상품으로 이용한 전형적인 상업적 대리모인 셈이다.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로 인해 최근 모정당에서 성범죄 의사의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법안을 만들자는 입법 시도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생명과도 같은 자율규제를 스스로 하지 못 해 외부 간섭을 받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전문가 단체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기지 못 하고 외부에서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시도에 자괴감마저 든다. 먼저 의료인으로서 스스로 자정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의사로서 자존심을 접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이번에 입법하려는 개정법안은 환자
최근 말기암 환자 완화치료를 위한 암관리법이 개정되었다. 말기암환자들을 괴롭히는 극한 암통증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여기에는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시술까지 포함되어 있다. 마약을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역사를 종교적 관점변화에서 살펴보면 흥미롭다.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된 마취제, 특히 분만 시 클로르포름(chloroform)의 사용을 성경에서 ‘여자는 고통 중에 자녀를 낳을 것'이라는 신의 명령에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당시 영국과 미
완화의료는 ‘말기암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고 정서ㆍ사회적 영역을 포괄하는 의료를 통해서 남은 생을 돌보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의료를 적극 도입하기 위한 암관리법 개정안이 2011년 6월1일부터 시행됐다. 실제로 말기암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 아픔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 고통이다. 대장암으로 말기까지 투병 중 사망한 길은정씨의 고백을 통해 암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다. ‘방송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암 통증이 도졌다. 마침 의사가 처방해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을 위해 우리들이 할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현대의학기술과 약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과도한 치료를 피한 채 주어진 남은 여명을 편안하게 지내도록 해드리는 것이 나은 것일까?노인인구가 많아지고 그리고 각 종 암환자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이런 고민을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더욱이 말기 암환자나 노령으로 인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경우 강심제투여나 기타 호흡 보조장치 등을 달고 고통스러운 임종을 맞게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일까? 누구나 한 번은 꼭 맞이
대부분이 사람들은 죽음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고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생의 중요한 과정을 누구나 맞이하게 되어 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꼭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임종의 때마다 함께 하는 의료인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예전에는 장수가 축복이었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축복인 것으로 인식이 변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회적 제도를 준비하고 다듬어가야 할 숙제가 우리에게 생겼다.바로 자신의 생을 뒤
우리 모두는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고 있다.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은 주제다.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는 죽음을 담담하게 맞이하는 스승의 모습을 통해 죽음을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유명한 영성학자 H.나우엔 역시 죽음을 나비가 번데기에서 화려한 나비로 변하는 과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미국의 한 정신의학자는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들의 심리상태를 분노, 증오 , 비탄, 포기, 그리고 수용의 5단계로 정리했다. 임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리가
좋은 의사(good doctor)는 환자나 의사나 모두가 바라는 목표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good doctor가 되기 위해 2010년 가을, 의료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의료윤리연구회의 닻을 올렸다. 의료윤리라는 것이 생소해보이기까지 한 여건이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는 판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열매가 나오게 되어 있다. 환자들에게 좋은 의사로 다가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보려는 의사들의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최근 국민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를 옥조이는 수많
우리나라에 여러 모임에서 토론주제로 많이 나오는 것이 안락사(euthunasia)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주장을 펴 보이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 나라마다 개념의 차이가 있고, 종교적인 관점, 의료적인 관점, 개인의 주관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을 내어놓고 있다. 무엇보다도 안락사의 개념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한 상태에서 토론을 하게 되니 토론이 더욱 어렵고 답답해진다.1994년 2월 영국 대법원의 특별위원회는 자발적 안락사에 대한 허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다. 찬반을 두고 열띤 토론
일부 성직자들의 타락, 법조인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들로 인해 이들에 대한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윤리교육을 포함한 많은 노력을 시작했다.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의료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환자나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접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김 할머니 사건’을 통해 생명의료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