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又岡) 권이혁선(善)과 악(惡)을 판결하기가 힘들다고 느끼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남을 비판하려 할 때는 자기 자신이 적어도 그 사람과 대등한 실력자라야 한다고 하던 대학예과 시절의 S철학교수의 말씀이 젊었던 필자에게 대단한 자극을 주었던 사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는 문학평론이나 비평이 유행했던 시절이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바이블도 부분적이기는 했지만 읽을 기회가 있었다. 사람을 가리는 일을 하지 말라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사람을 가리고 재판하는 것은 하느님의 일이지 사람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라틴어 격언이 왜 그런지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다. 전에도 한번 이에 관하여 소개한 일이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한 때 유럽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 격언을 대리석에 새겨서 문진으로 만들고 책상 위에 놓고 매일매일 이 격언을 음미했다고 한다. 특히 이탈리아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 풍습이 유행했는데 르네상스(Renai-ssance) 시절에 유심했다. 극심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는 중세와 근대 사이 즉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서유럽에서 일어난 문화운동을 말
한국 농촌의 가을 풍경을 상징하는 과일나무는 감나무이다. 감나무 잎은 가죽질, 계란형 넓은 타원형의 둥근 모양이고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하게 생겼다. 감잎은 녹음이 무성해지는 한 여름에는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고 짙은 녹색이다. 여름에는 감나무에 감이 있는지 없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녹음 속에서 소리 없이 자라났다. 가을이 무르익어 단풍의 계절이 되면 붉은색의 감이 높은 나뭇가지에 꽃등을 켠다. 결실의 늦가을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붉은 감을 볼 때마다 천시(天時)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한탄강과 포천천이 흐르는 경기도 포천시는 예부터 산이 많고 물이 맑고 많기로 유명하다. 전체 면적의 70%가량이 숲으로 애워싸여 있어 하늘에서 내려다 본 포천시는 산속에 작은 도시들이 흩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지형 덕에 포천에는 관광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서울을 출발하여 의정부시를 지나면서 43번 국도를 타고 한북정맥(漢北正脈)의 축석령을 넘으면 포천시 소흘읍이다. 읍 소재지 송우리는 조선시대 강원도와 함경도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었다. 소나무가 무성해서 ‘솔모루’로 부르던 운치 있고 아름다운 마을의 전형이었다고 전
데모도'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우리집 ‘말뚝’이고,집수리와 건물임대 등 집안 모든 일을 쾌도난마처럼처리하는 아내는 우리집 ‘기둥’이다 하루 하루 나빠지는 지구의 온난화가 장차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난 여름은 내가 태어나서 제일 강우량이 많았고, 더위도 연일 32도 근처에서 머무르면서 생활의 불쾌지수를 한껏 높여놓은 아주 특별한 하계였다. 6~8월 말까지 백일 동안 쉬지 않고 비를 뿌린 물난리는 나의 기억에 별로 없다. 하수구에서 역류하는 구정물이 광화문 앞, 그 큰 길에 물바다를 만
맛은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여름철 별미 중 별미느림의 별미 - 묵밥‘묵밥’은 참으로 만만한 음식이다. 먹기 좋게 채 썬 묵 위에 신김치, 오이, 김가루 등을 얹고 육수를 부어 찬밥 한 덩어리 휙휙 말면 요리는 끝이다. 그러나 묵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고 힘든 음식재료다. 도토리나 메밀을 곱게 갈아 물에 풀어 앙금을 내어 풀 쑤듯 쒀 만드는 과정은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래서 대표적인 ‘느림보 음식(Slow Food)’중에 하나다. 낮은 칼로리로 다이어트식으로 각광을 받는다. 맛은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며 여름철에 얼음을 동동 띄워
올해는 정말로 비가 많이 내렸다. 혹시 우리나라의 계절이 우기와 건기로 갈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도록 많은 비가 내렸고, 또 그 피해 또한 작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비가 내리기를 그치더니, 이번 주에는 아침이면 설렁설렁 찬바람이 제법 불면서 가을의 티를 낸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의 힘은 무섭고, 계절이 가는 것은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아침 신문을 보니 벌써 절기가 처서라고 한다. ‘아! 계절이 그러니 가을바람이 부는구나!’하는 생
한반도의 여름 6월과 7월이 우기(雨期)로 변하고 있다. 올 여름 두 달간 전국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다. 이는 30년 전에 4일에 한번 꼴로 비가 내린 것과 비교하면 강수일수는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서울지역에서는 내린 비의 양이 과거 30년 평균 강수량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다. 지난 일요일 아침 응봉산 산책길에서 금년 들어 처음으로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제 후덥지근한 열대야에 한밤중까지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잠을 이루기 어려워질 것 같다. 예전에는 서울 매미소리가 그렇게 시끄럽지 않았고 밤잠을 설치
1960년대 어느 무덥던 여름, 산 넘어 산, 푸른 산들로 에워싸여 하늘이 동전만하다고, 아니 세 평도 되지 않는다 했던, 중동부전선, 최전방 병영, 검은 장막을 드리운 듯 먹장구름이 몰려오면서 요란한 뇌성병력이 멀리서 그리고 코앞에서 하늘을 휘젓는다. 하늘이 찢어졌다. 사단 수색중대 의무실에 앉아 세상이 빛과 암흑으로 번갈아 바뀌는 장쾌한 ‘레이저쇼’를 숨죽여가며 감상했다. 언제 오늘처럼 하늘을 쳐다보며 살았던가. 이윽고 굵은 빗발을 퍼부으면서 흙바람을 일으키며 몰려왔다.적진을 향하여 포호(咆號)하던 병사들의 함성, ‘오
‘파라다이스’(paradise)는 원래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말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작가 크세노폰(Xenophon, 3세기경으로 추측됨)이 페르시아의 왕후와 귀족의 공원을 ‘파라다이스’라고 소개한 것이 효시라고 한다. 원어명은 ‘paradeisos’다. 죽은 사람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어 행복하게 지내는 서해(西海) 끝에 있는 섬을 설명하는데 사용된 용어라고 전해져 왔다. 구약성서에서는 ‘창세기’에 나오는 ‘에덴동산’이 ‘파라다이스’이고, 신약성서에서는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 가는 곳’으로 되어 있다. 나중에는 ‘지옥
2009년 6월 27일 남한에 있는 조선 왕릉 40기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 되었다. 조선 왕릉은 모두 42기인데 그 중 제1대 태조의 첫 번째 부인(원비) 신의고황후의 재릉(齋陵)과 제2대 정종과 그 부인 정안왕후의 능인 후릉(厚陵)은 북한 개성에 있어 가볼 수 없다. 능(陵)은 왕과 왕비의 무덤이다. 왕실의 묘 중에 원(園)은 왕세자와 왕세자비, 왕의 사친(私親)의 무덤이다. 왕비의 자식인 대군과 공주, 후궁의 자식인 군과 옹주, 후궁 등의 무덤은 묘(墓)로 부르고 있다. 왕릉으로 자리 잡을 택지로 풍
1980년대 서울 지하철의 네트워크가 그리 촘촘하지 않던 시절 정년퇴직한 어느 원로 교수 한 분이 남긴 짧은 글이 생각난다. “시내에 외출할 때면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도 않거니와 못 갈 데가 없다”라는 버스 예찬론을 펼치면서도 날씨 궂은 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혹 사회생활을 하는 자식들이 부모를 잘 섬기지 않는 것으로 지인들에게 비치지 않을까, 후배 제자들이 차를 타고 지나가다 측은하게 또는 자랑스럽지 않게 보지는 않을까 부담을 느꼈다고 하신 말씀이 가끔 떠오른다. 근래 나는
6·25 전쟁 중 육군 중위 군의관 정환영은 보병 제8사단에 부임하도록 명령을 받고 임지 황강리로 가는 중이었다. 포장되지 않아 질퍽거렸던 아주 추운 겨울의 흙 도로가 얼어붙어 타이어 자국이 깊이 나 있었다. 그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군 보병 제8사단이 위치한 황강리는 전투중 적 병력의 포위망 안에 들어가 전투중이라서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연락처인 8사단 낙오병 수용소를 거쳐 대구 육군본부에서 재편성중인 8사단에 갈 때까지의 수많은 과정에서 특히 낙오병들의 비참한 동상상태는 젊은 군의관을 가슴 아프
밥을 지은 솥에서 밥을 퍼낸 뒤에 물을 붓고 데운 물이 숭늉이다. 구수한 맛이 있고 흔히 식사 후에 마신다. 숙랭(熟冷), 취탕(炊湯)으로도 부른다. 숭림, 숭능은 숭늉의 방언이다. 숭늉은 역사적으로 우리의 국민음료였다. 동양 삼국 한중일(韓中日) 중에서 우리만 유독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데 차가 널리 보급되지 못할 정도로 숭늉을 즐겨 마셨기 때문이란 설이 지배적이다.요즘 서울 장안에는 한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가 아닌가. 점심시간엔 흔히 점심을 점(點)을 찍는다할 정도로 라면, 자장면 같은 싼 점심으로 점심식사를 끝낸
어설픈 넋두리가 아니다. 남들은 ‘레저다’ ‘상춘(賞春)이다!’하고 고궁을 찾고 관광을 즐기지만 의사들은 사면의 벽속에 갇힌 채 환자들의 얼굴만 대하기 마련이다. 인술의 사명감과 고통에 시달리는 습지인생(濕地人生)의 반려자로서 태어난 숙명이 아니었던들 의사들의 입장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몸이 고달프더라도 의사들은 자기 환자만은 제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S대학병원 레지던트 때이던가, 새우잠을 붙이려는데 누군가 흔들어 깨운다. 하루걸러 야간당직을 계속 했던 나는 수면부족으로 퀭하니 정신이 거의 나가버릴 정도였다. 찢어
20세기의 팜므 파탈(죽음의 여인)이라 할 수 있는 알마 말러(Alma Mahler, 1879~1964)는 한 시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음악감독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인생에 가장 큰 기쁨과 아픔을 안겨줌으로써 말러의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2010년은 말러의 탄생 150주년이며, 2011년은 서거 100주년이 되면서 세계 여러 도시에서 말러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서울시향이 작년부터 말러 심포니 전곡을 연주하고 있다.알마 말러의 부친은 유명한 화가 쉰드러였으며, 그가 1
이성낙가천의과학대학교명예총장얼마 전 국립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 뮤지컬 ‘영웅’을 관람했다. 우리 가슴속 어디엔가 늘 자리 잡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어떻게 연출했을까, 나에게 어떤 새로운 것을 전할까 너무 궁금했다. 결과는 ‘감동적’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작품 고유의 역동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장면과 역동적인 안무가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작품의 성격상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줄거리의 중심인물로,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이 절규하며 함께 열창할 때
이종구이종구심장클리닉원장캐나다알버타대학명예교수비타민의 과용은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제조된 비타민을 많이 먹는 것 보다는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더 효과적 일 것이다. 한국에는 비타민 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주변에도 여러 지인들이 비타민 C를 하루에 수천mg씩을 먹고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C의 양은 약 45~90mg 이며 미국보건부는 1일 섭취량을 2000mg 이상 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면 1일 6000mg은 1일 필요량의 100배나 된다. 이런 대량을 매일
이성낙가천의과학대학교명예총장언젠가부터 귀 안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이상해서 새끼손가락을 귓속에 넣어 후벼보기도 하고, 손으로 귀를 막아보기도 하고, 살짝 때려보기도 하면서 무슨 차도가 있을까 싶어 관찰했으나 윙윙거리는 소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 들려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이게 바로 Tinnitus, 일명 이명耳鳴 현상이지 않을까 하는 자가自家 진단을 내렸다. 이명은 귓속에서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소음騷音이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이비인후耳鼻咽嗅가 내 전공 분야가 아니어서 서가에 있는 전문 서적을 찾아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나는 1985년 4월 18일자 의협신보에 ‘고시엔(甲子園)야구’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일이 있다. 오늘 조간신문 스포츠난에는 ‘센다이에서 온 고교야구부...눈물을 삼키고 희망을 던지다.’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사가 주최하는 센바이츠대회는 ‘봄의 고시엔’으로 불리며, 전국 예선을 거친 32개교가 출천한다고 했다. 센다이가 속한 미야기현은 이번 일본 동부지방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이다. “기쁘기도 하지만 지금 야구를 하는 게 정말 괜찮은 건지 마음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