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화제다. "아파트로 이사 가면 뭐하겠노? 집들이 하겠지. 집들이 하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11월 4일 방영 개그콘서트 ‘어르신’중에서) 인생은 본래 부질없는 것이고, 모든 게 새옹지마(塞翁之馬)에 불과한 것일까. 이달 초 정부는 전국 5곳 병원에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지정했지만 아주대병원은 제외됐다. 이른바 ‘이국종법’에 이국종교수는 없었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극적으로 통과됐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외상센터에 대한
119 구급대는 외상환자를 많이 이송한다. 낙상 또한 많아서 neck collar를 기본적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응급실에서 이 collar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애매하다고 한다. 경추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에 환자를 내려놓고 철수를 해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collar를 풀어가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병원측에 동일 물품을 지급해주기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간단하지만 행정적으로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인 탓이다. 행정적 협의절차 약간만 있으면 쉽게 해결될 것을
(1)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 온 친절한 의사가 40년의 결혼 생활 끝에 아내를 도끼로 찍어 죽였다. 아내의 사체를 토막까지 냈다. 그는 고작 3년 형을 언도받았다. 그것도 '자유 공개 형벌'로 치뤘다. 자유 공개 형벌이란 죄수가 잠만 형무소에서 잘 뿐 직업을 가지고 하루 일과를 바깥에서 자유롭게 소화하는 것이다. (2)부잣집 출신의 아름다운 첼리스트가 남동생을 욕조에 눕히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것은 누가봐도 사랑이었다. (3)고아출신 한 남자가 은행을 두 번이나 털었다. 그것도 첫 번째 범죄로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진정 천재였고 시대를 한발짝 앞서가는 세계적인 리더였다. 개인용 컴퓨터라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것도, 스마트폰을 널리 확신시킨 것도 그였다. 하지만 인류역사의 큰 획을 긋고 간 그가 만약, 조선시대 노비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과연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가 될 수 있었을까? 지능지수와 노력에 의해 수월성(merit)을 획득한 사람들에 의한 지배를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엔 우리말로 쉽게
얼마 전 영화잡지를 보다가 ‘저우룬파’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하기에 검색해보니 ‘주윤발’이란다. 현재의 외래어 표기법은 현지어를 그대로 쓰는 것으로 되어있다. 중국어의 경우 1911년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이전 시대 사람은 한자음으로, 이후의 사람은 현지어로 적는다. 하루아침에 ‘성룡’은 ‘청룽’이 되고, ‘이연걸’은 ‘리롄제’가 됐다. 어릴 적 스크린을 장악했던 우상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다가도 문득 ‘탕웨이’를 ‘탕유(湯唯)’로 ‘장쯔이’를 ‘장자이(章子怡)’라 부르면 또 얼마나 어색할
최근 1339와 119가 통합되었다. 워낙 조용히 이루어져서 의료인들도 아직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 6월 기존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던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주요 기능이 행정안전부 산하의 소방방재청의 기능으로 넘어왔다. 소방방재청에서는 기존에 추진하던 바와 함께 이 기회를 통해 구급분야의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9 신고를 통합적으로 받는 종합방재센터(종합상황실)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센터 내에 구급상황관리팀을 따로 만들어 기존 1339인력을 흡수하고 기존의 의료지도의사와 함께 운용
랑콤 마스크팩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미백유효성분이 기준에 미달했다'고 한다. 랑콤은 마스크팩 개당 1만8000원으로 조사된 14개 제품 중 가장 비싼 명품제품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조사된 국내 마스크팩 시장점유율 상위 14개 품목 중 기준에 미달된 제품은 토니모리와 함께 랑콤이 유일하다. 미국에선 이미 '컨슈머리포트'라고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들을 비교평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K-컨슈머리포트’에서 등
"건강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은 원하지 않는 것을 먹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마시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다.(The only way to keep your health is to eat what you don't want, drink what you don't like, and do what you'd rather not)"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 작년 독감예방접종기간에는 하루 400-500명가량의 군민들이 보건소에서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기 전에는 반드시 병력
얼마 전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으로 의학전문기자를 하던 선생님께서 의사들의 아이디어로 특허를 출원해주는 일을 도와주는 회사를 설립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를 보고는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아이디어는 깊은 전문성에서 나온다는 평소 신념 때문이다. 요즘은 사회 전반에 걸친 대세의 흐름이 디자인으로 넘어온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지난 6월 ‘Forget B-school, D-school is Hot’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과거에는 세계 최고의 인재가 Bus
나는 방문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방문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 환자를 찾아가서 관리해 주는 것이다. 집에서 환자를 만나면 환자의 생활이 한 눈에 들어온다. 경제 상황은 어떠신지, 식사는 어떻게 하시는지, 요즘 걱정거리는 무엇인지, 위생 상태는 어떤지. 일단 방바닥에 마주 앉으면 진료실에서 보다 많은 대화를 할 수가 있다. 환자분들은 언제나 우리 진료팀을 반긴다. 환자분들에게 간호사 선생님은 딸 뻘이고, 나는 손자 뻘이다. 거동이 불편해서 밖에도 잘 나가지 못 하셔서 대화 할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토요일엔 피곤이 몰려온다. 요즘엔 술도 잘 안마시 니 간 때문은 아닌데, 방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다 보면 하루가 쉬이 지나간다. 일요일 아침의 늦잠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면 비로소 휴일의 시간을 즐기게 된다. 가보고 싶었던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진료 보는 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느라 분주하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즐거움은 언제나 새롭다. 시간이 허락
10여년 전에 칠성사이다에서 콜라와 비교마케팅을 하며 광고를 한 적이 있다. 콜라에 장미꽃을 꽂아놓았을 때와 사이다에 장미꽃을 꽂아놓은 것을 비교해 칠성사이다에 꽂아놓은 장미는 일주일씩 가는 반면 콜라에 꽂아놓은 장미는 금방 시든 것을 비교해놓은 광고였다. 어린 나에게 그 광고는 아주 효과적이어서 그 이후로 콜라는 잘 먹지 않고 있다. 이렇게 콜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차에 의료봉사 차 말라위에 다녀와서는 콜라회사들, 특히 코카콜라에 대한 개인적인 소심한 불매운동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nbs
의사는 다양한 환자를 만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다양하다는 것은 질병의 다양함이 아니다. 환자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모습, 처치에 대한 반응과 의사에 대한 기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한 번에 만족 시키기가 어렵다. 지난주에 대천해수욕장으로 의료지원을 나갔다. 해수욕장에서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넘어져서 까진 사람, 조개껍데기나 유리에 발이 베인 사람이다. 가끔 특이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익수자를 제외하고는 위중한 환자는 없는 편이다. 환자가 없어서 바다 구경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전국 의대생 캠프 시즌 2 스마일로드'를 진행했다. 스마일로드는 'Hope, step, smile'의 슬로건으로 전국의 의과대학생이 친목을 다지고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회인 국토대장정으로 젊은이의 손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 찾아가 웃음을 나누어드리는 스마일 캠페인, 새로운 희망을 창출하는 인체조직기증과 같은 사회봉사 캠페인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국토대장정과 사회봉사 캠페인을 통합한 '의대협의 스마일로드'가 현
55년간 시행된 의사 인턴제가 조만간 폐지될 것 같다. 최근 들어 복지부와 의학회가 인턴제 폐지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협의기구를 세우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고 있는 의학드라마에도 인턴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꾸려지는데 선배들의 허락 없이 의료행위를 해서 혼나고 전화 안 받고 연락 두절된 상태로 외출했다 혼나는 모습을 보며 문득 그 드라마를 통해 국민들이 인식하는 인턴의 위치가 ‘현실과 크게 다르진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방본부에서 119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응급의료상담을 하면서 가끔 갈등을 느낀다. 내 개인적으로는 귀찮음과 원칙 사이에서의 갈등이고 크게 보면 대의적 차원에서의 대국민 서비스와 국민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간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표적인 예가 소아의 이송요청이다. 내가 받는 직접 의료지도, 즉 신고자 개인에 대한 의료지도 요청 전화 중 가장 많은 경우가 열성경련 사례다. 아이가 열이나고 눈이 돌아가고 숨을 쉬지 않는다며 보호자가 반 실성한 상태로 내게 연결된다. 대개의 경
의사협회는 결국 '수술거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슈화에 성공했고 포괄수가제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렸으나, 정부는 결국 포괄수가제를 불도저처럼 강행하고 있다. 당장 7월부터 시행된 포괄수가제. 설사 이번에 어떻게 넘어갔다 했더라도 의료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증가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필연적이다 포괄수가제가 타고 있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렇다면 포괄수가제에 의사로써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고대 로마의 어느 시장에서 한 남자가 사설을 시작했다. "내 직업은 노예 거세꾼이요."한 나그네가 호기심을 느끼고 묻는다. "거세라는 것을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게 이렇소. 노예를 구멍이 뚫린 의자에 앉혀서 그 구멍을 통해 고환이 아래로 처지게 하오. 그런 다음 벽돌 두 장을 들고 아주 세게 때리는 거요." 나그네는 얼굴을 찡그리며 토를 단다. "그거 무지 아프겠는걸요!" "천만에요, 걱정하지 마시오. 조금도 아프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소. 두 벽돌이 부딪히는 순간에 양쪽 엄지손가락을 얼른 빼면 되는 거요.
최근 연예인들이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TV드라마 작업현장에 대해 성토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배우 최민수의 말이 짠하다. 작년에는 한 유명 여배우가 드라마 촬영여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촬영을 중단하고 현장을 일시적으로 떠난 적이 있었다. 여론은 그 여배우에게 가혹하리만큼 심한 뭇매를 가했다. 선배들도 참아내면서 하는데 젊은 배우가 할 행동은 아니라며 질책하기에 바빴다. A급 배우들은 회당 수천 만원을 상회하는 출연료를
흔히들 개발도상국에서의 개발이라고 하면 서구의 산업화를 이식받는 과정을 떠올린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러했듯이 아프리카의 국가들 또한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산업화 과정 자체가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었기에 개발은 경제구조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양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충돌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2010년 4월 내가 말라위의 한국 선교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환자들을 보는